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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22-27권 / 콘노 오유키 저 / 서울문화사

(빌려준 친구는 항상 책 표지를 벗기고 읽고, 빌려줄 때도 책 표지를 벗기고 빌려줍니다,)  

 

1.

저는 독서를 할 때, 템포를 상당히 중시하는 편입니다.

이야기를 전개할 때는 빠른 속도감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하고,

중요한 순간에는 아낌없이 분량을 할애하는 완급 조절이 좋은 책은 즐거운 독서를 만들어줍니다.

 

2.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가 아직 잡지에 연재 중일 때,

이 작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 동아리 친구들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유미의 고등학교 졸업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당시에 그렇게 예상하던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 유미 졸업 이후에 토코나 노리코, 나나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렇기에 토코가 유미의 여동생이 되는 과정이 저렇게까지 오래 걸리는 것을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1학년 유미와 2학년 유미의 전환점이 된 '레이니 블루'가 2권이었는데

2학년 유미와 3학년 유미의 전환점이 될 토코 편이 너무 늘어진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 작품이 사치코의 졸업을 막을 내린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니 다르게 보이더군요.

 

토코 편은 통과점이 아니라 도달점이었습니다.

평범한 것만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소녀, 후쿠자와 유미가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그에 걸맞은 분량을 사용하여, 자세하고 섬세하게 묘사를 해 준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다시 읽으면서 이 작품 후반부를 재평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비슷한 경험이 과거에도 있었죠. 바로 슬램덩크였습니다.

지금은 명작으로 회자되는 슬램덩크의 산왕전이었지만 읽던 당시에는 좀 떨떠름했었거든요.

'아직 3경기나 남았는데 도대체 이 작가는 한 경기에 몇 권을 쓰는거지?'

그리고 완결에 충격을 받고 산왕전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4.

그런데 살짝 아쉽기는 하네요.

언니가 된 유미가 토코를 조련(?)하는 내용이라든가, 그 토코가 자기 여동생을 찾는 내용이라든가,

3학년 유미 편이 나왔으면 다룰 내용도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작가는 유미의 성장이 완료된 시점에서 이런 것들을 다 사족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수많은 작품들이 억지로 이어가다 추하게 마감하는 세태에

이렇게 뒷이야기가 아쉽다고 생각된다는 작가가 잘 마무리지은 것 같기도 합니다.

 

5.

그건 그렇고 토코는 정말 내년 선거가 위기일 것 같습니다.

성격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기 쉬운데 쌓아놓은 업보가 많아서 비토표가 대량으로 나올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