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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마징가 Z(1972) - 11화까지

1.

저번에 알라딘에서 중고로 사온 마징가 Z+그레이트 마징가 합본 DVD도 가끔씩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이제서야 11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디스크 하나를 끝낼 정도로 느리긴 하지만요.

싼 맛에 사온 것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 외에 추가 컨텐츠가 하나도 없고, 한글 자막도 간신히 체면치레하는 수준이라 좀 쌈마이하네요.

 

2.

일단 재미있는 것은 작중에서 마징가 Z의 위치입니다.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 로봇이 강한건 당연하지만, 진짜 천하무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기계수가 아무리 공격을 해도 무방비 마징가 Z에도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할 정도이고, 반대로 마징가 Z의 무기는 하나하나가 필살기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악의 조직들이 주인공 로봇을 쓰러뜨릴 궁리를 하는데 비해

현재까지 닥터 헬과 아수라 남작은 마징가 Z를 쓰러뜨리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카부토 코우지를 노려서 마징가를 출격하지 못하게 하거나, 마징가를 우회하여 광자력 연구소를 노리는 전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후자의 구도가 나올수록 아프로다이A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아프로다이A는 기계수와 대결할 때마다 여지없이 당하며 기계수가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대상이 되지만

기계수가 아닌 철가면 군단 상대로는 무적에 가깝기에 아수라 남작 입장에서는 반드시 기계수로 상대해야하는 부담이 있으며

가슴의 미사일도 두 발 밖에 되지 않고, 기계수와 피탄 부위에 따라 묘사가 다르지만 그래도 대놓고 맞을만큼 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우지와 마징가가 아수라 남작의 방해를 뚫고 전선에 도착하느냐,

아니면 그 전에 기계수가 아프로다이를 뚫고 광자력 연구소에 도달하느냐 구도가 되다보니 생각보다 사야카의 비중이 큽니다.

 

3.

사야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주인공의 도움을 기다리는 슈퍼로봇의 히로인 A 정도로 생각했다가 많이 놀랐습니다.

일단 어투.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도 10대 여자아이가 저렇게 말하고 다니면 욕 먹습니다.

자막에는 조금 순화되어 나오지만 제가 일본어를 할 줄 아니까 저게 어떤 수준인지 아는데 말괄량이로 넘어갈 수준이 아닌데요.

거기에 성격도 대가 세고, 호승심이 강하며, 적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도 여자가 오토바이 몰고 질주하는게 취미하고 하면 성격이 세다는 소리 듣는데 저 당시라면야.

슈퍼로봇대전에 나오는 사야카는 거의 왜곡 수준인데요.

 

4.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7화, '아수라 남작의 음모' 입니다.

마징가 Z와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아수라 남작은

기계수로 마을을 파괴하다 마징가가 오면 적당히 퇴각하는 방식으로 민간인들의 피해를 계속 늘려나갑니다.

그리고 민간인 속으로 들어가서 광자력 연구소와 마징가 때문에 우리가 이 고통을 받는다며 선동하기 시작합니다.

높으신 분들은 연구소에 압력을 넣기 시작하고, 유미 박사는 시위대에 붙들려 얻어맞고 입원하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사야카는 전투를 거부하고, 코우지의 집도 시위대에게 포위당하게 됩니다.

 

이 때의 코우지의 대사가 기억이 남는데 '원래 정의는 모두가 손해봐야지 지켜지는거야.'.

그리고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저런 말에 신경쓸 필요없다.'는 동생의 격려에 힘입어 마징가로 싸우러 갑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는데 후대의 주인공이라면 그래도 마을의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자기 뒤에 건물들이 폭발하건 말건 신경도 안 쓰며 적의 공격을 다 피하며 기계수를 쓰러뜨리는데 집중합니다.

뭔가 후대의 작품들과 전개도 결과도 완전히 달라서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