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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마징가 Z(1972) - 22화까지

1.

지난 주말부터 매일 실내 자전거와 아령을 합쳐서 1시간 반 씩 다시 운동을 하다보니 애니메이션 볼 시간이 늘었습니다.

덕분에 마징가 Z DVD의 Disc 2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DVD 하나에 에피소드 11개, 12개씩 들어있는 것을 보면

아무리 화질 차이가 있고, 특전이 들어있다고 해도 블루레이 디스크 하나에 에피소드 3개씩 넣는건 용량 낭비가 얼마나 되는걸까요.

 

2.

첫번째 디스크에 들어있는 에피소드에서는 아군과 적군 모두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코우지가 조종 미숙으로 고생하는 장면도 많이 나왔고, 헬 박사의 기계수는 마징가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싸움이 격해지면서 이런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마징가는 여전히 강하지만 더 이상 무적이라는 말을 쓰기는 힘들어졌습니다.

바이콩의 공격에 위협을 느끼는가 하면 스파르탄에게는 사실상 패배하였고,

적의 전기 공격에 내부 회로가 고장나는가 하면 해저, 지저, 하늘에서 습격해오는 기계수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아직까지 마징가는 적의 어지간한 공격을 버텨내며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쓰러뜨릴 수 있지만 때때로 답답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극의 중심은 마징가 Z라는 로봇에서 점점 주인공인 카부토 코우지로 넘어오게 됩니다.

더 이상 마징가의 강함이 승리를 보장하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를 타계하는 코우지의 지혜와 의지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들이 늘어납니다.

점점 거세게 몰아붙이는 아수라 남작의 공세에 맞서 코우지는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고 있고,

삽입곡의 가사처럼 카부토 코우지의 인간의 두뇌와 정의의 마음이 합쳐지면서 마신이자 머신인 마징가 Z가 태어나는 느낌입니다. 

 

3.

가끔씩 마징가 Z 관련 글을 보면 아수라 남작에 대한 연민이나 옹호가 올라오는데

원작 마징가 Z 애니메이션을 감상하지 않은 사람이 올린 글일 가능성이 높고, 또 그러길 바랍니다.

사실 우리 세대만 해도 마징가 시리즈에서 그나마 그렌다이저 정도만 시청하였고 이전 작품은 시청하기 힘들었으니까요.

왜냐면 아수라 남작의 작전은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고, 작품 내에서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아수라 남작 본인도 이렇게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이걸 보면서도 아수라 남작의 행위를 가볍게 취급한다면 솔직히 그 사람의 가치관이 의심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니 예전 다간에서 도시가 침공받을 때, 민간인 희생자를 하나도 그리지 않은 것을 비판한 이유를 알겠네요.

결국 침략자의 나쁜 이유, 전쟁이 나쁜 이유는 무수한 희생자를 내기 때문인데

어린이들에게 이를 보여주기 꺼림직하다는 이유는 이 장면을 들어낸다면 악의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지니까요.

 

4.

옛날 작품이라서 익숙하고 단순한 스토리 구조 때문에 어느 정도 지겨울 것을 각오하고 산 작품인데 현재까지로는 확실히 기대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