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한 이후부터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주말에 소개팅을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여러 가지로 힘들더군요. 쉬어야 하는 주말에 아침부터 몸 단장하고 불편한 옷을 입고 나가서 낯선 여성 분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오는 게 체력적으로도 만만치 않았고, 계속 거절당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더라고요. 괜찮아 보이는 분께 당하면 아쉽고, 때로 조건이나 뭘로 보나 아니다 싶은 분께 통보받으면 울화통이 터지더군요. 그러다 지난달부터 수원에 사시는 분과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은 발렌타인데이여서 초콜릿 선물도 받았습니다. 원래 주말에 데이트할 예정이었는데 여성 분께서 집에 일이 생겨서 월요일 날 퇴근 후에 만났습니다. 제가 조금 여유가 있으면 일찍 퇴근해서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하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저희 팀이 풍비박산 난 상태여서 도저히 일찍 자리를 뜰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초콜릿을 받았습니다. 단체로 돌리는 초콜릿 말고, 이렇게 개인적으로 초콜릿 받은 건 처음입니다. 기왕이면 조금 유치하더라도 하트 모양 초콜릿이길 기대했는데 좀 아쉽네요.
그래도 고마워서 이렇게 잘 먹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하트와 함께 사진을 찍어서 보냈습니다. 요즘 일이 힘들어서 운동하고 나면 자꾸 피곤해서 가볍게 간식을 먹게 되네요.
어제는 그래서 한 주 밀린 데이트를 했습니다. 장소는 아쿠아플라넷 63, 예전에 63 빌딩 지하에 있는 수족관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큰맘 먹고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주문했는데 메인 디쉬를 보니 한숨이 나오더군요,
오해를 막자면 솔직히 음식이 맛은 있습니다. 새우도 생선도 입에 넣어보니 식감부터 고급이라는 느낌이 철철 나고 샐러드 바에 있는 것들도 다 재료가 좋더군요. 그런데 저 손바닥만 한 가격에 제 보름치 식비라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가격에 비해서 저나 여성 분이나 만족도가 그저 그런 수준이라 다음부터 이런 식당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수족관 데이트는 즐거웠습니다. 물고기에게 손 흔드는 모습도 귀여웠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스탬프 찍는 곳을 찾는 곳도 재미있었습니다. 거북이 앞에서 자기는 거북이가 좋아서 포켓몬스터에서 꼬부기가 제일 좋다고 해서 저도 펭귄이 좋아서 펭도리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고맙다(...) 엠페르트(물/강철). 2시간 정도의 데이트가 끝난 후 나오니 출구가 기프트 샵이더라고요. 여기서 인형을 귀엽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가장 오랫동안 들고 있었던 돌고래 인형을 선물한 다음에 출발하기 전 계획대로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고백했고 OK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도 생애 처음으로 연인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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