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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이야기

세상이 바뀌긴 바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이 정의롭지 않아서가 아니고

단순히 지금 상태로는 현 체제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체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져있습니다.

가장 알기 쉬운 예가 연금 제도인데

결국 연금 제도는 현 세대는 뒷 세대에게, 뒷 세대는 그 뒷 세대에게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한다면 연금 제도는 그 근간부터 파탄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서울대 박사 학위 졸업하는 친구와 치킨이나 한 마리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 중에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이대로 간다면 도로 확장과 신도시 건설이 필요가 없어져

우선적으로 자기같이 도시 계획을 전공한 사람이 밥을 굶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절반 이상이 거리로 나앉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미 설계 사무소 쪽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돈다고 하더군요.

이 분은 그래서 통일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아마도 이 때가 박근혜 정권 초기였을 겁니다.)

 

 

이 출산율 감소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 궁극적으로 인구 감소가

특정 국가에서 한정되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그건 그 국가가 해결해야 할 국지적인 문제입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근대화가 일어나는 모든 지역에서 출산율 감소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구미 선진국의 문제라고 했던 낮은 출산율이

동아시아 3국에 이어,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이 문제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현 체제 자체의 문제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상태에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인구 감소를 인정하고 인구 감소에 발맞추어 시스템을 고치던가,

아니면 인구 증가를 노리고 현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던가입니다.

 

그런데 전자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어마어마한 불황을 겪겠다는 것입니다.

인구는 노동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입니다.

노동자 수의 감소는 기계화로 대체한다고 해도

소비재의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장기간의 매출 저하가 이어집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매출 유지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경제적으로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냥 강제로 디플레이션을 겪겠다는 것이니까요.

 

그리하여 구미 선진국은 두번째를 선택했습니다.

민족주의를 포기하며 다문화주의를 채택하면서

(다문화주의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게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이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임금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이민자를 유치하며 출산 장려책을 써서 인구를 늘리겠다 복안이었죠.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난장판입니다.

인종도 문화도 다른 이민자들은 자기들만의 문화를 고수하며 녹아들기를 거부하였고

더 이상 시민들을 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출산율 감소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면서

장기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이민자들을 데려올 것인가는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결국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거나 전자 쪽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쪽이든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지 않겠죠.

 

PS.

그쪽 공부하는 친구와 얘기해본 적이 있는데

경제적인 문제 이상으로 결혼과 출산이 자신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인식이 더 크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농담 삼아서 출산 장려금을 늘리는 것보다

차라리 카톨릭을 국교라 삼는 것이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카톨릭은 기본적으로 출산을 신의 축복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낙태 문제에 완고한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