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알려주는 작년, 재작년 가을 사진을 보면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에버랜드도 다녀왔었고, 민속촌도 다녀오고 여기저기 같이 놀러 다녔죠. 그에 비해 올해 가을은 계속 집안에만 있었습니다. 늦더위가 길어져서 가을 느낌이 나지 않은 것도 있고, 무엇보다 와이프가 집안에서 안정을 취해야 할 상황이었으니까요. 덕분에 저도 요즘 좀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고, 와이프도 아무 추억 없는 가을을 아쉬워하기 하기에 지난 수능 날 같이 외출을 했습니다. 원래는 와이프가 수능 감독을 가야 하는 날이지만 배 속에 아기가 있기에 그날 휴가를 받았고, 저도 연차를 냈습니다.
출발하면서 찍은 위의 사진처럼 단풍은 아직 잘 들지 않았지만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면서 가을이라는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처럼 하늘이 잿빛인게 조금 아쉽더라고요. 이번 외출의 목표는 경복궁, 와이프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종각 역에서 내려 걸어올라가는데 저런 돌담 길에도 수능 시험장 안내가 붙어있더라고요. '오늘이 수능은 수능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라가는 저 길도 재미있었습니다. 한옥풍 배스킨라빈스라든가, 한글로 된 GS 편의점이라든가.
점심은 스프 카레로 먹었습니다. 사실 전날부터 속이 그다지 좋지 못해서 카레가 반가웠습니다. 제가 속이 좋지 않을 때 속을 달래려고 먹는 음식이 카레와 선지 해장국이거든요. 거기에 야채가 듬뿍 들어간 카레여서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여기서 와이프와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경복궁으로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이날 외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하늘이었습니다. 하늘이 조금만 더 푸르렀다면 정말로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이 몇 장 나왔을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도 카메라 조리개 설정도 바꾸고, 거리도 조절해 가면서 정말 마음에 들게 찍은 사진인데 하늘색이 도와주질 않네요. 하지만 반대로 하늘색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외출이었습니다. 날이 흐려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웠지만 그만큼 선선하고 걷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호젓한 고궁을 거닐며 가을 분위기에 취해보는 것이었는데 위의 사진에 나온 것처럼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체험활동 나온 유치원생, 단체 관광 온 어르신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평일, 그것도 수능날 누가 경복궁에 오나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습니다.
그래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사람이 줄어들어서 이렇게 사진 구도를 잡는 것도 가능하더라고요. 경회루 주변이 경관도 괜찮고 사람 숫자도 적당해서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와이프도 이날 찍은 사진에 매우 행복해했습니다. 자기 전용 찍사의 실력이 점점 는다면서 아기 태어나면 아기 사진도 이쁘게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이 사진을 찍은 카메라가 와이프가 처녀 시절에 샀던 것인데, 줌 기능도 없고 광량도 수동으로 조절해야 하는 거라서 초보인 저에게 꽤나 까다로웠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사진 색감이 더 좋아요.
경복궁을 나와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당을 보충하고(이날 12,000보나 걸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비가 내린 후, 오늘 아침 바람은 가을이 끝났다는 사실을 전하더군요. 올해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한 좋은 나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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