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사흘째, 아침에 일어나니 삿포르 시내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일기예보에서 토요일, 일요일 양일 전부 비가 내린다고 되어있어서 '제발 주말까지만 맑게 해 주세요.'라고 빌고 출발했는데, 기도를 반만 들어주었습니다. 다행히 가장 중요한 토요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다행이지요. 이날의 관광은 관광버스를 이용한 패키지 관광이었습니다. 홋카이도는 너무 넓어서 삿포르 시내를 나가서 돌아다니려면 대중교통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차를 대절할 수도 있지만 와이프가 방향이 반대인 일본에서 운전할 자신은 없다고 하고요.
첫 목적지는 예전 아이폰 배경화면이었다고 하는 청의 호수였습니다. 삿포르 시내에서 나오니 다행히 비가 그치더라고요. 여기도 날이 갈수록 나무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몇 년 후면 아예 나무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카메라를 가져간 것이 가장 보람 있었던 곳 중 하나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것과 색감이 다르더라고요. 날이 맑으면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올 것 같은데 좀 아쉬웠습니다.
다음은 흰 수염 폭포였습니다. 사실 여기는 정말로 볼 것이 없어서 사진만 찍고, 바로 지나갔습니다.
다음은 이날의 메인이었던 사계채였습니다. 라벤더는 절정을 지나서 거의 진 상태라 아쉬웠지만 갖가지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예전에 신혼여행에서 찍어온 사진으로 만든 제 핸드폰 잠금화면도 여기서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습니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탁신관이었습니다.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활동한 유명한 사진작가의 전시관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사진이 전시된 건물 안도 괜찮았지만
메인은 정원의 자작나무 숲이었습니다. 여기서 와이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습니다.
점심은 와이프는 새우튀김 덮밥, 저는 새우튀김 카레였습니다. 아침에도 카레를 먹고 출발했지만 저는 카레를 좋아하므로 문제는 없습니다. 그나저나 점심을 먹은 곳이 비에이라는 작은 소도시였는데 정말 인적이 없더라고요. 식당에서 카페로 걸어서 이동하는 20분 동안 길에서 사람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전에 오타루의 쇠락도 그렇고, 여기도 소도시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가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중식 후에는 팜토미타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세븐스타였나, 유명한 나무들을 들렀다 가긴 했는데 정말 저에게 손톱만큼의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원래 이날의 메인이었어야 했을 팜토마타였는데 사실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시기가 늦어서 라벤더는 절반 이상 죽어있었고, 점심 이후에 한 두 방울 씩 떨어지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계채가 만족스럽지 않았으면 조금 슬펐을 것 같네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누구나 하고 간다는 라벤더 정원 배경으로 라벤더 아이스크림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늘이 완전히 잿빛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바람과 라벤더를 배경으로 와이프 한 장. 이걸 마지막으로 정말로 쏟아지기 시작해서 열심히 버스로 뛰었습니다. 버스도 이걸 마지막으로 호텔로 돌아왔고 숙소로 돌아오니 저녁 7시 반이더군요.
저녁 식사는 홋카이도의 명물, 스프 카레. 아침도 카레를 먹고, 점심도 카레를 먹었지만, 저는 카레를 좋아하니 괜찮습니다. 솔직히 홋카이도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던 것이 오타루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해산물 덮밥이었고, 두 번째가 이 수프 카레였습니다. 야채가 뭔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신선해서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늦을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수면으로 사흘째 종료.
마지막 날은 전날부터 내리던 비가 폭우로 바뀌어있었습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10분 사이에 와이프는 속옷까지 다 젖어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와야 할 수준이었죠. 공항에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살 선물만 사서 들어왔습니다.
공항 안에는 저런 곳도 있었는데 국제선 면세 코너에도 제대로 된 선물 코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지 않고 들어갔는데 이번 여행 최대 실착이었습니다. 신 치토세 공항 국내선 쪽은 각종 선물 코너, 식당으로 꽉꽉 차 있었는데 국제선 쪽은 정말 제대로 식사할 곳도, 커피 한 잔 마실 곳도 거의 없더라고요. 정말로 간신히 부모님 선물 정도만 챙겨왔습니다. 다음에 혹시라도 갈 예정이 있다면 무조건 국내선 쪽으로 가서 선물 쇼핑을 할 것입니다. 그 후에 비로 비행기가 한 시간 정도 연착한 것을 제외하면 무난하게 귀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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