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타루로 향했습니다. 이 날이 와이프 생일 당일이어서 선물을 사주고 싶어서 일부러 일정을 이 날로 잡았습니다. 첫 사진은 미나미 오타루 역에서 내려서 오르골 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주택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수국이 참 예쁘게 피었더라고요. 요즘 밖으로 나들이 갈 때는 와이프가 처녀 시절에 사놓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비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색감이 훨씬 괜찮습니다. 이 사진도 그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오타루 오르골 당이었습니다. 이 사진은 나와서 찍은 것이고 저희는 거의 오픈과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어서 거의 전세 낸 기분으로 구경을 하였습니다. 10여 년만에 다시 방문한 오르골당은 이번에도 좋은 분위기로 저희를 반겨주더라고요.
위층에서 아래층을 내려다보면서 찍은 사진, 아직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광량이 부족한 것이 느껴집니다. 조리개 조절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날자를 걸어놓고 있는 토토로와 사진을 찍은 우리 와이프. 오르골 당 내부에는 지브리 관이 따로 있고, 오르골에서도 지브리 음악의 비중이 굉장히 높더라고요. 예전에 왔을 때는 올드 팝송이나 일본 가요도 눈에 많이 띄었는데 이것들은 거의 다 퇴출당하고, 디즈니 음악과 지브리 음악만 남아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와이프 생일 선물로 산 것은
돌리면 겨울왕국 OST인 Let it be가 나오는 오르골과
잠만보 인형이었습니다. 원래 잠만보 인형이 집에 하나 있었는데 예전에 인형 뽑기에서 뽑은 인형이 너무 낡고 더러워져서 이번에 새로 선물했습니다.
오르골 당 바로 옆에는 헬로 키티 카페가 있더라고요.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특이해 보여서 사진은 한 장 찍었습니다.
생일이니 케이크는 먹어야겠죠. 저희가 간 곳은 LeTao 본점이었습니다. 저는 카페에 문외한이지만 와이프가 여기가 국내에도 있는 유명한 카페의 본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침 10시가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불구하고 대기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조식을 호텔에서 먹고 출발했지만 커피도 케이크도 맛있어서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케이크가 좀 작은 것은 아쉬웠습니다. 아래층에는 여러 가지 선물 세트를 팔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선물을 여기서 살까 하다가 공항에서도 대부분의 상품을 판다고 하길래 짐을 미리부터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은 빈 손으로 나갔고, 나중에 저희는 이 사실을 후회했습니다.
나가서는 대로를 따라서 여러 공예관을 들어갔습니다. 유리 공예관 중에서 Peanuts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인 곳이 있어서 신나게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에코백이라도 하나 살까 고민했는데 새로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패스.
큰길을 따라서 한 바퀴 다 돌고 나니 시간은 12시 정도 되었습니다. 전날 맥주 마실 때도 그랬지만 삿포르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이 날씨였습니다. 찜통더위에서 축 늘어져있다가 한낮에도 24,25도를 오가는 선선한 곳으로 오니 천국 같더군요.
점심식사는 와이프가 조사해온 유명한 가게에서 먹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벌써 까먹었습니다. 원래는 성게를 먹으려고 했는데 벌써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고 해서 저는 조개관자가 들어간 것을 와이프는 새우가 들어간 것을 먹었습니다. 예전에 홋카이도 갔을 때, 에키벤에서 연어알이란 식재료에 대한 환상이 깨졌었는데 이 날은 연어알이라 식재료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모든 재료가 싱싱하였고 특히 연어알이 입에서 살살 녹더라고요. 예전에 먹은 짜고 비린 연어알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는 운하를 따라서 걸었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겨울이라서 온통 하얗다는 인상만 남아있었는데 여름에 오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사진은 운하에 당당하게 서있는 괭이갈매기였습니다. 그 당당함에 사람들이 둘러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더라고요.
다음은 미리 예약해놓은 오타루 운하 유람선 관광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앞의 일정이 일찍 끝나서 혹시 앞의 시간대에 넣어주실 수 있는지 문의하니 흔쾌히 넣어주시더라고요.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있어서 하늘이 잿빛인게 좀 아쉽긴 하였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좁은 곳에서 배를 계속 돌려대서 저는 나중에는 살짝 배멀미가 났는데 와이프는 멀쩡하더군요. 하와이에서 그 풍랑으로 배가 흔들려도 멀쩡한 것을 보면 와이프는 배에 정말 강한 것 같습니다
유람선에 내려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두 광장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모르고 있었는데 이날이 오타루에서 제일 큰 축제 중 하나인 오타루 조수 축제의 첫날이더라고요. 적당히 구경하면서 올라오다보니 대로에서는 축제 행렬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저와 와이프는 예정에 없던 횡재라고 생각해서 신나게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때 찍은 영상입니다. 일본의 축제 행렬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신기했습니다. 이후에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돌아가려고 했고 그래서 가장 무난한 스타벅스를 찾았습니다. 설마 역 주변에 하나는 있으려니 하고 찾았는데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알아보니 충격적이게도 오타루에 스타벅스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스타벅스가 없을 뿐 아니라 오타루 자체가 10년 전 20만에서 지금 12만으로 인구가 줄어들은 쇠락해가는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금 전까지 오타루를 만끽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그 사실이 상당히 쓸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커피가 고팠던 저희는 내려서 삿포르에서 유명한 커피 집 중 하나로 향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우유를 사용해서 라떼를 만드는 곳이라고 해서 마셨는데 정말로 사용하는 우유에 따라서 라떼 맛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일단은 호텔방으로 귀환했고 하루 종일 걸은 몸을 침대에서 뉘어서 휴식을 가졋습니다.
이날의 마지막은 게 요리였습니다. 와이프는 세상에서 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식성이어서 저는 소고기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제가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더 좋아한다고 와이프가 게를 먹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근처 카니쇼군에 가서 털게 요리를 먹었습니다. 신기한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게를 먹으면 당연히 따끈따끈하게 먹는데 여기는 게 요리가 전부 식혀서 나오더라고요. 저와 와이프 모두 더이상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포식했습니다. 먹은 후에 감상은 둘이 일치했는데 "맛은 있는데 이 가격이면 또 먹으러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차가운 게 요리도 신선하기는 했는데 한국에서 먹은 따끈따끈한 게 요리가 나는 더 좋다.". 이후에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일본 방송을 이것저것 돌려보면서 쉬다가 취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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