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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슬레이어즈를 정리하며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내 몸에 흐르는 피보다 붉은 자여.', 당시 감성을 담뿍 머금고 나온 라이트노벨의 선구자 적인 작품인 '슬레이어즈'입니다. 한국에서는 '마법소녀 리나'로 더 유명하죠. 저는 오히려 이 작품이 한국에 방영될 당시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저희 집에서는 SBS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이 작품을 보게 된 것은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였습니다. 당시 룸메이트와 겨울방학 동안 애니메이션을 1기부터 시작해 Next, Try까지 전부 다 보았습니다. 2층 침대에서 한 사람은 1층에, 다른 사람은 2층에 누운 다음에 노트북으로 봤었죠. 엄청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있네요. 워낙 즐겁게 보다 보니 소설책까지 사서 읽게 되었는데 이게 또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개그로 점철된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등장인물은 태반이 죽어나가는 다크 판타지에 가까운 물건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무리 봐도 죽을 거 같은 공격도 근성으로 일어나는 소년만화 같은 작품에 익숙하던 저에게, 단순히 칼에 베이거나, 가장 기본적인 마법인 파이어 애로우에 당해도 죽는 세계관은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전투 하나하나가 굉장히 긴박했습니다. 덕분에 굉장히 빨리 읽히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을 제외하고는 정리하려고 하고 있기에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은 이 책을 이번에 알라딘에 팔았습니다. 팔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감정이 변하지 않더군요. 재미있기는 한데 책장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읽거나, 아니면 내 옆에 두고 싶을 만큼 애정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아쉽지만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신 슬레이어즈 16, 17권은 e-book으로 사서 다 읽었습니다. 작가가 너무 오랜만에 복귀하는 데다가 후속 애니메이션의 대실패로 우려가 많았는데 그래도 꽤 괜찮은 3기의 스타트로 보입니다. 관심이 가서 스페셜도 좀 손을 대 보았는데 10권 정도 읽으니 질리더군요. 스페셜에 대한 감상은 '역시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였습니다. 나가와 다닐 때에 비해서 인격자인 가우리와 다니니 얼마나 리나가 착해졌는지 보면 알 수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