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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아랑전설2(1992) 이야기

아랑전설2, 아마 제가 슈퍼 패미컴으로 해본 첫 게임이었을 것입니다.

 

최초의 격투 게임은 오락실에서 해본 스트리트 파이터2였지만 집에서 가정용 오락기로 해본 첫번째 격투 게임이 이것이라서

한 두 판 정도 밖에 해본 적이 없는 스트리트 파이터2에 비해서 훨씬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당시 남동생과 많이 했었는데 남동생의 경우는 김갑환을 저는 빅 베어를 주요 캐릭으로 썼습니다.

제 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상각만 날렸고 그걸 제가 공중 강킥으로 받아내면 제가 이기고 실패하면 지는 구도였습니다.

 

그 당시의 기억을 살려서 한 번 해보았는데 보통 난이도로 했다가 첫 판부터 컴퓨터에게 처절하게 깨졌습니다.

 

일단 격투 게임으로서의 감각이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모든 기술들이 선딜이 꽤나 길고 모으기 커맨드가 많아서 빠른 대응이 힘듭니다.

테리의 라이징 태클, 김갑환의 비연참 같은게 다 모으기 커맨드라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드 후 경직이 어마어마하고 가드 데미지도 무서워서 대부분의 기술은 가드해도 우선권을 가져오지를 못 하더군요.

몇 판을 해보면서 감을 잡은 것이 막혀도 틈이 적은 기술과 기본기를 섞어가면서 밀어붙이고

3연타만 먹이면 그로기 상태에 빠질 정도로 스턴치가 높은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습니다.

 

 

 

 

대충 5,6판 정도하고 나서 기본 세팅인 난이도 4에서 빅 베어로 컨티뉴 없이 볼프강 크라우저를 눕혔습니다.

고 난이도에서 만나면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야마다 쥬베이는 무조건 1면으로 밀어서 상대하고

보스보다도 어려운 빌리만 어찌어찌 잡아내니 노 컨티뉴가 되더군요.

 

사실 이 게임 자체가 한 번 주도권을 내주면 되찾아오기가 힘들어서

아차 하는 사이에 컨티뉴 화면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꽤나 스트레스 받더군요.

이기는 판은 절반 가까이가 퍼펙트인데 말이죠.

 

당시 몇 달을 해도 못하던 것을 이틀, 시간으로 보면 3~4시간만에 해내니 뭔가 기분이 묘하네요.

확실히 길티기어하면서 익힌 몇 가지가 도움이 되었는데

적의 장풍 타이밍을 잡아냈다면 회피 기동이 아닌 저공으로 치고 들어가 기점을 잡아내야한다는 것과

수세에 몰린 적이 가드로 버티려고 하면 망설임 없이 커맨드 잡기로 뭉개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딩은 술에 취해서 테리에서 주정을 부리는 빅 베어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