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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Infinity Saga

아이언맨 2(2010)

 

1.

영화 자체의 평도 좋지 않은 것 같고, 엔드 게임까지 MCU 최단 루트에도 들어있지 않은 영화였지만

예비군 다녀와서 지친 몸과 마음에 가벼운 오락영화 한 편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침대에 누워서 보았습니다.

 

전에 본 빅뱅 이론에서 셸든은 자신은 이 영화를 다 봤으니 로.다.주는 자신에게 2시간 빚진 거라고 하였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들을만큼 엉성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 다 본 후의 제 감상입니다.

매끄럽지 못하거나 아쉬운 장면이 존재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전작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비판하기보다는 셸든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생각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2.

저는 어떤 작품을 평가할 때, 그 작품이 주 시청자 층의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하였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부적인 만듦새는 좀 떨어져도 이 역할에 충실하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토니는 이번에도 충분히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밀스럽고 진중한 기존의 영웅들과는 다른, 화려하고 쇼맨쉽 넘치는 억만장자 영웅을 말이죠.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인 슈트 착용 장면도 상당히 잘 뽑아주었습니다.

서류가방이 아이언맨 슈트로 변하는, 레이싱 서킷에서의 변신 장면은 보면서 '오오'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인상깊었습니다.

 

중간에 자신의 코어를 강화하기 위해서 직접 작업장을 만드는 장면도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고,

전편에서 복선을 남긴 아이언맨 슈트끼리의 대결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드론 군대와의 전투도 괜찮았습니다.

러브 라인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토니와 페퍼의 보모적 연인 관계가 더 잘 묘사되었으니 만족스러울 것이고요.

새로 등장하는 블랙 위도우도 아리따운 외모와 멋진 액션으로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해주었죠.

 

이것만으로도 적어도 나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전편보다 볼거리는 더 많았습니다.

 

3.

그래도 아쉬웠던 요소들을 꼽아보면, 아이언맨이 영웅으로서 한 발 더 나아갔는지 여부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영화 내에서 아이언맨은 팔라듐 리액터의 부작용에서 벗어나 생명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만

초반에 제기된 영웅으로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마지막까지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자각하지 못한 가벼운 행동거지가 아이언맨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한 것이고,

한 개인이 너무나도 강력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가 토니를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이유입니다.

거기에 이반과 같은 후발주자들의 행동은 그 걱정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반과 저스틴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막판에 훈장을 받으면서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에 관객으로서 납득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새로운 리액터는 사실상 아버지의 유산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아버지에게 아이언맨이 느끼는 감정이 충분히 묘사되지 않아서 갑작스럽다는 기분이 듭니다.

아버지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모습이나, 역으로 서운함을 느꼈던 모습을 좀더 그려주었으면 했습니다.

게다가 둘의 힘이 합쳐진다는 인상보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는 인상이 강한 것도 좀 마이너스.

 

4.

빌런과의 구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첫 등장에서 아이언맨이 강철의 기사라면 이반은 마치 야만 전사와도 같은 대비가 인상적이었는데,

최후 전투에서는 모두 전신 슈트를 입으면서 역으로 시각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이반은 토니의 숙적으로 가지는 상징성이 너무 약합니다.

덕분에 이반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생기는 카타르시스도 약하고, 갈등 해소 구도에서도 밀립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토니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새 리액터의 개발과 실드의 개입이고,

새 리액터가 나온 이상 이반과 저스틴을 쓰러뜨리는 것은 그에 이어지는 수순에 불과합니다.

저스틴은 그냥 너무 못난 인간이라서 더 할 말이 없습니다.

 

5.

슈퍼 히어로 영화 3부작의 구조는 '영웅의 탄생-영웅의 성장과 시련-영웅의 완성'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3편은 보지 않아서, 아이언맨 같은 타입은 어떻게 완성을 시킬 것인지 궁금하네요.

2편이 헛발질까지는 아니라고 하여도, 디딤돌로 불안한 요소가 상당히 많아서요.

 

6.

토니는 여자 친구를 괴롭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군요.

책임감 있는 여자 친구는 기업 CEO에 임명해서 과로로 괴롭혀라. 자기가 사고를 치고 다니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