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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Infinity Saga

아이언맨3(2013), 그리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

아이언맨 시리즈는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은 적이 있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비판은 영화보다 그 비판을 한 사람에게 향해야 할 것 같네요. 이건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

이 영화는 아이언맨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야 영웅으로서 활약할 수 있다면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인가, 아니면 그가 만든 슈트가 아이언맨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작품 내에서 슈트는 철저하게 도구로서 다루어집니다.

이제까지 토니만이 입던 슈트는 말리부 저택이 습격당할 때는 페퍼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에게 착용시켰고,

아이언 패트리어트는 악당에게 넘어가 대통령을 납치하기 위해 활용되고 그 후 처형을 위한 구속구로 사용됩니다.

마지막에는 슈트의 알고리즘이 오작동하여 페퍼를 공격하고, 페퍼의 반격에 파괴당하기까지 합니다.

즉, 슈트에는 어떠한 선의나 영웅심도 들어있지 않으며 아이언맨이 영웅인 것은 토니가 영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토니는 아이언맨 슈트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영웅으로서 책무를 다합니다.

슈트가 없어도 그는 뭐든지 만들 수 있는 기술자이고, 정의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겁니다.

잡동사니로 무기를 만들어 싸우는 토니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엔딩은 좀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만약 뒤의 내용을 몰랐다면 이제 더 이상 슈트를 사용하지 않고 영웅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했을 것 같습니다.

이게 한 히어로물의 엔딩이라면 그래도 적절한데 MCU에서 아이언맨은 계속 슈트 입고 나와야죠.

 

3.

다만 이 영화가 MCU 내의 다른 영화와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중 시점에서 이미 실드가 존재하고, 어벤져스도 결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이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도, 자비스가 금방 찾아내는 만다린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것도 부자연스럽습니다.

첩보전과 정보전은 닉 퓨리의 실드와 블랙 위도우의 전문 분야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역시 최악인 것은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의 관계입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서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에서 조우한 적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모두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브루스 배너와 함께 울트론을 개발하는 것이 이야기의 발단입니다.

이것은 아이언맨3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지하실에 틀어박혀 슈트를 끝없이 찍어내는 모습과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내용대로라면 토니는 아이언맨3에서의 사건을 통해서도 성장한 것이 거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제가 생각한 가장 납득가는 해결책은 아이언맨3의 내용은 전부 토니가 지어낸 이야기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여도 이야기는 이어지며 심지어 더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4.

말이 나온 김에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 영화도 비판보다 비판하는 사람들이 더 부정적으로 보인 작품입니다.

제가 MCU 영화를 접한 순서는 맨 처음이 퍼스트 어벤져였고, 그 다음이 바로 어벤져스와 에이지 오브 울트론입니다.

중간 과정을 생략하여도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울트론의 탄생과 폭주, 비전의 탄생, 그리고 어벤져스의 힘으로 울트론과 그의 계획을 분쇄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퀵 실버는 영웅으로서 죽음을 맞이하였고, 스칼렛 위치는 새로운 어벤져스의 멤버가 됩니다.

토르의 미래 예지나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내용들은 사실 몰라도 별 상관이 없는 내용입니다.

토니가 생각한 파멸의 미래가 단순한 피해망상이 아니기에 토르가 비전을 탄생시키는 것을 지지했다 정도만 이해하면 됩니다.

 

오히려 이야기의 밀도가 전작보다 올라갔고, 각각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주었으며

이제까지 본 MCU 영화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액션을 보여주었습니다.

 

5.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에서 '원작에서 대단한 빌런이었던 울트론을 일회용으로 써먹었다.' 라는 것도 있더군요.

생각해보니 아이언맨3에 대해서도 '원작에서 대단한 빌런이던 만다린이 이상해졌다.' 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제 감상은 이렇습니다. '이러니 오타쿠들이 어디가나 욕먹고 다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