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2019) - 아이디어들은 반짝이지만

 

전작을 2000년대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고 있는 저라서 꼭 극장에서 보려고 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보는 것이 베스트였지만 뺄 수 없는 약속과 결혼식 참석 덕분에 시간을 내지 못했죠.

같이 보러 갈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어제 퇴근하면서 심야로 보고 왔습니다.

지하철 막차 시간이 지나서 한 정거장 정도 걸어왔는데 공기가 탁해서 코가 근질근질하더군요.

 

작품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요소는 훌륭합니다.

전작의 동화풍 슈거랜드와 대조되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독특하면서도 공감가는 묘사도 뛰어났고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은 특별히 기억에 남지는 않아도 스크린에 어울리면서 잘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전작의 성공으로 투자를 받았는지 고전 게임과 대조되는 최신 게임의 파워풀한 액션은 확실히 전작을 뛰어넘었습니다.

 

디즈니의 소속이며 공주 지위니 일단은 디즈니 프린세스에 속하는 바넬로피의 위치를 이용해서

백설공주나 인어공주 같은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디즈니 프린세스의 전통대로 바넬로피가 노래를 부르기 시자간 부분에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 웃어댈 정도였습니다.

디즈니 프린세스가 주축이 된 막판의 구조 작전이나 디즈니의 스타워즈 인수같은 소재는

말 그대로 디즈니이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이 부분에서 정말로 빵 터졌어요.

 

그렇다고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할 수는 없는게 장면에서 장면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너무 헐겁습니다.

다른 장면으로 전환될 때마다 캐릭터들의 심리나 이야기의 개연성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몰입감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심해져서 나중에는 아예 포기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또, 전작을 즐겁게 본 팬들에게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마이너스.

바넬로피의 행동은 따지고 보면 전작의 악역의 행동과 큰 차이가 없어서 전작의 주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동이거든요. 

전작의 팬들을 물려받은만큼 어느 정도 그들을 배려해야하는게 속편의 의무인데 좀 아니다 싶더라고요.

 

별 5개 평가라면 팬심 좀 얹어서 별 3개 정도 주고 싶습니다.

전작이 정말 무엇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엮여있었다는걸 생각하면 좀 아쉽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좋은 점들도 참 많은 작품이어서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