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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역전재판 123 나루호도 셀렉션(2014) - (3) 역전재판 3

 역전재판 3, 제가 플레이한 역전재판 시리즈 게임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플레이해본 다섯 작품(역전재판 1/2/3, 역전검사 1/2)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역전재판 시리즈답게재미있습니다. 역전재판 시리즈의 세계관은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의 세계관입니다. 영매가 존재하여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올 수도 있고, 곡옥의 힘으로 사람이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사이코 록을 해제하는 것으로 그 비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그런 세계관이고 그러한 세계관 위에서 세워진 게임입니다. 정통파 추리물을 흉내낼 필요가 없습니다. 역전재판 1소생하는 역전의 과학 수사도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였지만 역전검사 시리즈가 아니라 역전재판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것도 그 이유입니다.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으로서도 그에 걸맞은 전개와 끝맺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에 역전재판 시리즈의 멋진 마무리라고 갈채를 보낼 정도였으니까요. 이제까지 첫 번째 에피소드는 단순한 튜토리얼이었는데 여기서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난이도였고, 거기에 치히로를 플레이하여 용의자로 지목된 나루호도를 구출하는 가슴뛰는 전개였습니다.

 

 역전재판3의 악역은 미야나기 치나미입니다. 이름부터 피바다지요. 역전재판 1과 2에서 각각 검사인 카르마 고우와 카르마 메이와 싸웠지만 치나미는 살인범입니다. 나루호도가 제일 싫어하는 독과 배신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치히로와 나루호도, 마요이, 거기에 미츠루기에게도 상처를 준 그야말로 악연으로 똘똘 뭉친 숙적이라는 단어가 걸맞는 인물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적으로 나온 미츠루기와 메이는 오히려 에피소드 5에서 아군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왔고 3에서 나루호도의 상대역인 고도 검사 역시 결과적으로 아군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3개의 에피소드에 걸쳐서 그녀를 상대하였고 그녀를 마침내 굴복시키면서 작품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거기에 나루호도와 치히로의 과거, 1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된 치히로와 마요이의 어머니, 이토노코기리와 마코의 연애 등 이 시리즈에서 언급한 모든 소재를 깔끔하게 소화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렸습니다.

 

 나루호도의 대사인데 저는 저 대사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의뢰인을 믿는다는 역전재판 트릴로지를 관통하는 대사이자 사람을 의심하기보다는 믿어 온 사나이에게 어울리는 대사였습니다. 저는 저 대사 때문에 트릴로지를 플레이한 후에 당연히 나루호도와 아야메가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루호도가 마요이를 대하는 태도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이나 보호해야할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느끼기도 하였고요. 오히려 저는 마요이는 미츠루기와 은근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요이에게 한 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비록 쿠라인 가의 관습일지라도 제발 머리는 푸르고 다니라고요. 이건 미모봉인구를 넘어서 저주 수준인데요.

 

어머니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사이좋은 딸들의 사진입니다. ...나름대로 소중한 항아리인데 고만 좀 깨먹어라. 조상님이 우시겠다.

 

 스팀 도전 과제 100%를 달성한 게임이 하나 늘었습니다. 역전재판 후속작들은... 지인이 역전재판 트릴로지가 마음에 들었다면 플레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혼도보는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하필이면 외국어를 하나 놓혀서 3-3을 두 번 플레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야하리가 한 짓을 보면 그냥 모두 야하리가 잘못한 걸로 치고 사형시키는게 진정한 해피 엔딩이 아닐까 하는 불합리한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