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삼시세끼 어촌 편 - 시즌1

 

 저번 Light에 이어서 유해진, 차승원이 나오는 삼시세끼 어촌 편을 시즌 1부터 와이프와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가 Light는 다른 시즌에 비하면 힐링 캠프라고, 원래 삼시세끼는 야생이라고 하던데 그 느낌이 초반부터 솔솔 풍겨오더군요. 겨울철 섬의 바람은 장난이 아니어서 처음에 아궁이를 비로부터 보호할 천막을 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 식재료가 없어서 군소 한 마리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은 애잔하기까지 하더라고요. 먹을 게 없어서 저녁을 남은 국과 감자로 때우던데 건장한 성인 남성이 하루 종일 몸 쓰는 일을 하고 저걸 먹고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나마 2화에서 대량으로 획득한 홍합이 시즌 1 내내 생명줄이 되어 주면서 다행히 그렇게까지 배를 곯는 일은 없었네요. 그래도 나중에 9화에서 나온 돼지고기를 향한 유해진의 열정과 획득 성공 후 두 명의 춤사위를 보면 섬생활에서 고기가 많이 고팠던 것 같습니다.

 

 살림살이에 생기를 넣어 준 것이 홍합이었다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손호준이었습니다. 예전 Light를 보면서도 느꼈는데 식사 준비가 시작되면 한 사람은 부엌에서 음식을 시작하고, 한 사람은 마당에서 불을 준비하면서 대화가 비는 순간이 항상 생기거든요. 이때 손호준이 부엌과 마당을 오가면서 차승원, 유해진을 보조하면서 작품에서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게 참 좋았습니다. 성격도 살갑고 일머리도 좋아 보이고 호감이 가는 성격이더라고요. 저도 개를 오래 키워봐서 짐작하는 건데 산체가 손호준에게 더 달라붙는 게 아마 셋 중에서 가장 사근사근한 성격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해진은 산체 태도로 볼 때 이뻐할 때는 이뻐하더라고 혼낼 때는 또 혼내는 성격이 아닐까 하고요.

 

 산체 이야기를 하면 이번에는 처음에는 강아지 산체를 넣고, 나중에는 고양이 별이를 추가했더라고요. 저는 산체를 처음 봤을 때, 제가 아는 견종 중에 비슷한 게 없어서 잡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장모종 치와와더라고요. 나중에 좀 크고 나니 치와와 티가 납니다. 그나저나 제가 아는 치와와는 주인 아닌 사람에게는 세상 싸납게 대하는 친구인데 새끼 때부터 봐서 그런지 세 사람에게 엄청 살갑게 대하더라고요. 별이는 나중에 9화에서 반응을 볼 때 세 사람을 기억이나 하나 의심되고요. 확실히 Light 시절 복구도 그렇고 적당히 카메라 비는 사이에 동물들 노는 모습을 비추면 좋아요. 만드는 사람도 편하고, 보는 사람들 즐겁고요.

 

 중반 이후 다시 한번 작품에 위기감을 불어넣은 것은 다시 생각해 보면(당시에는 엄청 얄미웠지만) 제작진의 어처구니없는 리퀘스트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차승원이 제한된 식재료를 가지고도 요리를 너무 먹음직스럽게 잘 차려내니 제작진이 이대로는 재미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던진다 싶었거든요. 프렌치토스트와 마멀레이드는 진짜 듣고서 차승원보다 제가 먼저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못쓰는 아궁이를 개조해서 빵가마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니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회전초밥이라는 리퀘스트에 회전대를 만들어 내는 유해진의 손재주도 대단했고요. 결국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마지막까지 지루한 부분 없이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먹는 방송이니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꼽으면 역시나 손호준에게 대접한 홍합 짬뽕. 제철, 그것도 막 딴 홍합을 푸짐하게 넣어서 끓은 짬뽕 국물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입안에 침이 고이네요. 그다음에는 거북손을 한번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먹어본 적인 없는 식재료라서요. 배말도 그렇고 바다 없는 충청북도 출신 입장에서는 생소한 것들이 많이 나온 시즌이었습니다. 한 번씩은 나중에도라도 먹어보고 싶네요.

 

 시즌 2 정보를 보니 같은 장소, 같은 멤버로 진행하더라고요. 장소는 바꾸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도 와이프와 즐겁게 볼 것 같네요.

 

덧. 와이프와 마지막 화 보면서 다시다조차 없는 냉장고에 신선한 샐러드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방송은 방송이라고 좀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