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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용유도 다녀오기

 작년 여름에는 코로나 때문에 여름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고, 겨울에도 특별히 다녀온 곳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년 차가 되니 그것도 슬슬 한계가 오더군요.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라서 친구 얼굴도 보지 못하다 보니 좁은 방안에서 갇혀서 지내는 제 신세가 처량해 보이고 우울증이 올 것 같더군요. 그래서 바람이라도 쐬려고 이번 휴가에는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자고 오기는 부담되니 당일치기로 말이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섬 여행이었습니다. 섬에 가서 바람도 쐬고 바다도 보다 보면 힐링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수도권 근처의 섬을 검색하다가 찾은 것이 바로 이 용유도였습니다.

 

공항철도를 타고서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내려서,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용유역까지 갈...

 

 예정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열차 운행이 하루 두 시간으로 줄어들었네요. 자기부상열차 타는 것도 좀 기대했었는데 아쉽습니다. 용유역이면 수도권에서 철도로 갈 수 있는 가장 서쪽이기도 하고요. 원래 붐볐던 1터미널이 한산한 것도 그렇고 여러 모로 코로나의 여파가 느껴지네요. 공항 안에 있는 가게도 대부분 영업을 쉬고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로 샌드위치를 사서 모래밭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근처에 좀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게는 하나 열었는데 계란만 들어있는 샌드위치가 9,000원인가 하는 거 보고 학을 뗐습니다. 아무튼 열차를 탈 수 없게 되었으니 대신 폰으로 급히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았는데 곧 도착한다고 떠서 섬 근처에서 식당을 찾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를 타니 곧 도착하였습니다. 버스 기사 분이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도 그렇게 불친절한 기사 분이 계시는 줄 몰랐습니다. 뒤에서 여성 승객들이 얘기 좀 한다고 소리를 빽 지르시더군요.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전망대가 있어서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해서 뛰어가 보았는데 이것도 운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네요.

 

 조금 걷다 보니 섬 입구에 조형물이 하나 세워져 있었습니다. 반지처럼 생겼는데 마치 RPG 게임에서 던전 앞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가 떠오르더군요. 이제부터 모험이 시작될 것 같아서 감정이 고조되었습니다

 

 근처 식당에서 조개가 듬뿍 들어간 해물 칼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무의대교를 걸어서 넘기 시작했습니다. 햇볕이 뜨겁긴 하였지만 바다 위에 있는 다리여서 바람이 솔솔 불어서 땀을 식혀주어서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고, 다리에서 왼쪽을 봐도 바다고, 오른쪽을 봐도 바다인 상황은 거의 경험해보지 못해 새로운 기분이더군요. 굳이 걸어서 넘어야 했냐면 저에게 있어 기본적으로 여행이란 가보지 못한 곳을 걷는 것입니다.

 

 무의대교에서 찍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 사진이 시원하게 잘 나왔네요.

 

 30분 정도 걸려서 무의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하였는데 들어오면서 보니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둘레길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저기로 섬을 한바퀴 돌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섬 입구에 선착장이 있어서 가보니 갈매기들이 뛰어놀고 있더군요. 공원에 있는 비둘기들을 생각해서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접근하는 순간 전부 하늘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선착장에서 한 장, 하늘도 푸르고 경관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영화로도 유명한 실미도입니다. 썰물 때에는 길이 생겨서 실미도까지 걸어서 갈 수 있어서 안에 들어갔다 오는게 목표였죠. 당초 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걸어서 실미도 해수욕장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아까 본 둘레길이 마음에 들어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동 경로를 수정하였습니다.

 

 저 둘레길로 가기 위해서는 언덕을 넘어야 하더군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이용객이 줄었는지 산길에 거미줄이 많아서 뚫고 가느라 사투를 벌였습니다. 다 마신 탄산수 병을 휙휙 휘둘러서 거미줄을 끊고서 나아갔습니다. 진짜 별의 별 곤충이 다 있던데 그래도 제비나비와 호랑나비를 본 것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장애물도 많고 의외로 날래서 카메라에 담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기껏 도착한 해안 둘레길 상태,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안되는 게 너무 많아서 슬슬 부아가 치밀더군요. 

 

 그래도 저기 조그마한 해안이 펼쳐져있던데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그늘에 가서 적당한 돌에 털썩 주저 앉아서 눈을 감고 볼을 스치는 바닷바람과 귀를 간지럽히는 파도소리를 즐겼습니다. 어차피 힐링을 위한 여행이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5분 정도 앉아있다가 물을 마시고 일어났는데 슬슬 몸이 좀 무겁더군요.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기는 아쉬워서 실미도 쪽으로 다시 산을 넘었습니다.

 

 저런 산길을 뚫고 어찌어찌 실미도 해수욕장까지는 도달했는데 실망이 컸습니다. 먼저 입장하는 데 입장료가 필요하고 거기에 오늘은 실미도에 들어갈 수 없는 날이라고 써 붙어있더군요.  여기까지 왔으니 해수욕이라도 하고 갈까 고민했지만 의외로 이용객이 꽤 있어서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다행히 실미도 사진은 아까 산을 넘다가 샛길로 내려가 본 바닷가에서 찍을 수 있었거든요. 아무튼 날씨는 덥고 물은 떨어졌고 근처에 가게는 없어서 급히 버스정류장의 그늘로 피신하였습니다.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선객이 있더군요. 제가 들어가니 고개를 들어 노란 눈으로 저를 노려보면서 나가라고 하였지만 제가 무시하니 졸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다시 잠들더군요. 그늘에 앉아서 고민하였는데

 

1. 날이 덥다.

2. 준비해 온 물이 다 떨어졌다.

3. 핸드폰으로 확인한 결과 근처에 가게는 없다.

4. 산을 넘으면서 지도를 확인하느라 핸드폰 배터리도 여유가 없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니 최악의 경우가 떠올라서 귀가를 선택하였습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아직 남아있는 동안에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용유역으로 이동하였죠. 큰 길을 따라서 이동하니 차로 15분이면 도착하더군요. 그 후 핸드폰은 사망했고 버스와 지하철로 귀가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차질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목표였던 힐링은 그럭저럭 달성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