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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친구들과 다녀온 평창 스키 여행

 목요일부터 23일로 평창 휘닉스 파크에서 스키를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직장에 들어가면 매년 두 번은 여행을 가기로 다짐을 하였고, 작년은 코로나 사태로 건너뛰었다고 해도 올해까지 포기할 마음은 없었기에 겨울 여행을 위해서 연차를 남겨두었습니다. 마침 스키를 타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저를 포함해서 4명이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제가 삼성 직원의 특권으로 싸게 예약할 수 있는 평창 휘닉스 파크! 스키는 예전에 한 번 타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즐거워서 이번에 제대로 배워 볼 마음이 있었고, 마침 후배 중에서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 본 경험이 많다는 친구가 있어서 좋은 기회란 마음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1호선이 연착해서 예정보다 살짝 늦게 출발한 저희는 스키장 가는 길에 감자탕이 배를 채우고 콘도에 체크인한 후에 첫날 야간 스키부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탄 지 오래되긴 하였어도 제법 괜찮게 탔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였지만, 첫날 스키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분명히 예전처럼 A자 자세를 취하여도 계속 스키가 미끄러지고 제동이 안 되니 불안해서 속도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원치 않게 가속이 붙으면 다치지 않기 위해서 계속 넘어지다 보니 온몸이 아프더군요. 멈추기 위해서 얼마나 힘을 주었으면 저녁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양쪽 복사뼈에 전부 피멍이 들었더라고요. 열심히 타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을 넘겨서 스키장을 문을 닫고 나서야 치킨으로 저녁 식사 겸 야식을 먹었습니다. 그 후 보드게임 정령섬을 즐기다 3시 반 정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자리에는 들었지만 잠은 들지 못하였습니다. 온몸이 아프고 특히 양 어깻죽지와 등이 화끈거려서 잠을 이룰 수가 없더군요. 같이 간 친구들을 깨울까 싶어서 거실로 나와서 혼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대면서 통증이 심한 곳 위주로 스트레칭을 반복하면서 근육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통증보다 수면욕이 더 강해지는 순간이 와서 7시쯤에야 잠들었습니다. 당연히 오전 스키는 꿈도 못 꾸었습니다.

 

 11시에 일어나서 아직도 자는 나머지 둘을 깨웠습니다. 한 명은 포기하고 쉬겠다고 하여서 둘이서 아침부터 타고 있는 사람과 합류해서 점심을 먹었죠. 첫날은 가장 쉬운 코스인 스패로우를 타서, 처음에는 그보다는 위 난이도인 펭귄 코스에 도전하였는데 엄청나게 당황하였습니다. 경사면이 완전히 빙판이고 눈도 거의 쌓여있지 않아서 A자로 내려오는데 쉭쉭느낌이 아니라 빠드드득소리가 나더군요. 여기서 넘어지면 어제와 비교도 안 되게 아플 것 같아서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버티면서 내려왔습니다. 한 번 내려왔는데 허벅지가 저릿저릿하더군요. 다시는 여기서 안 탄다고 선언하고 다시 스패로우 코스로 갔습니다. 전날과 같은 스패로우 코스에서 타는데 느낌이 전혀 달라서 다시 한번 당황했습니다. 전날에는 땅을 차려고 하면 계속 발이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날은 착착 몸이 돌아가더라고요. 그것을 확인하니 걱정이 사라지더군요. 신을 내면 밑으로 내려오니 같이 온 후배가 왜 갑자기 실력이 확 늘었는지 묻더라고요. 사정을 설명하니 전날 대여한 스키 엣지가 제대로 박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네요. 두어 번 내려오니 방향 전환이 정확하게 되고 있어서 상황 대처가 된다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남은 시간은 패러랠턴으로 내려오는 연습을 하면서 즐겼습니다. 원래 30분 정도 남기고 중급에 한 번 올라가 보려고 했는데 정설 시간을 착각해서 올라가지 못한 것은 아쉽네요.

 

 블로그 최초의 주인 사진 공개입니다. 안경에 자꾸 김이 서려서 둘째 날은 처음부터 대여점에 놓고 타서 사진에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산이라 그런지 4시 경인데도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더라고요. 돌아가서 정리하고 나머지 한 명도 데리고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강원도 평창에 왔으니 그래도 소고기를 먹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소고깃집에 갔지만 가격을 보니 갑자기 겸손한 마음에 들어서 각자 1인분만 먹고 식사를 시키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날 인생 처음으로 자기 돈으로 한우를 사서 먹었다는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그 후에 돌아가서 또다시 정령섬을 돌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전날과 달리 온몸이 꾹꾹 쑤시고, 무릎이 후들거리긴 해도 자지 못할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집에 와서 몸 상태를 확인하니, 예전 자전거 탈 때 경험으로 낙법을 치는 데 익숙해서 크게 다친 곳은 없더군요. 계속 힘을 줘야 했던 양발 복사뼈에 피멍이 든 것을 제외하면 왼 팔뚝과 위의 사진처럼 오른손에 피멍이 들었네요. 뒤의 2개는 딱 한 번 잘못 넘어진 것 때문에 생겼습니다. 첫날 마지막에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타게 되자 다른 사람들은 최상급으로 타러 갔고 저 혼자 남았는데 감독하는 사람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자 속도를 조금 더 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스케이트 타듯이 스키를 앞으로 살짝 밀어볼까 생각을 했는데 그 순간 위아래가 뒤집히더니 눈길에 내리꽂히더군요. 낙법이고 뭐고 생각도 못하고 반사적으로 손을 짚었다는 것도 다친 부위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윗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도 눈밭에 박혀있더군요. 다행히 바로 일어나서 스키를 신을 정신은 되었고, 스키 타는 데 지장이 가는 부위는 아니었지만 정말로 속으로 욕을 한 백번은 되뇌었을 정도로 아프더라고요.

 

 지금은 이제 집에서 쉬고 있습니다. 스키의 아드레날린도 빠지고, 친구들과 같이 있어서 생긴 엔돌핀도 빠지니 장난 아니더라고요. 낮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습니다.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에 들은 후에 일어나서 느지막한 저녁 식사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면서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야 하니 빨리 회복해야죠. 그래도 요즘 들어 자꾸 가슴 속에 뭔가 질척거리는 게 있는 기분이었는데 다 뱉어내고 온 기분입니다. 어깻죽지가 스키를 가기 전부터 계속 뻣뻣했는데 그래도 좀 풀린 것 같고요. 이렇게 스포츠를 즐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