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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원피스에 대한 소고

1.

나루토, 블리치와 함께 '원나블' 라인으로 묶으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였던 원피스지만 점점 독자들의 반응은 냉담해져가고 있습니다.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의 이름을 비틀어서 오다는 더 이상 없고 육다나 십다가 그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요.

확실히 원피스를 좋아했던 동아리 후배들의 말을 들어도 독자로서 점점 견디기 힘들어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2.

저는 원피스를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워낙 호평받는 만화라고 들어서 읽어보려고 하였지만 벌써 두 번이나 읽다가 포기하였습니다.

 

첫번째는 어렸을 당시 만화 잡지에서 읽었는데 3주 연속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재미가 없어서 포기하였습니다.

아마 우솝이 캡틴 크로의 해적단을 상대로 언덕에서 시간을 끄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과학고등학교 시절에 누가 원피스를 알라바스타 편까지 전권 사가지고 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재분을 읽다가 하늘섬에서 갓 에넬과의 싸움에서 맥이 끊어지는 회상 장면에 너무 짜증이 나서 다시 포기하였습니다.

그 후에도 시간 죽이기기로 간간히 읽어보긴 하였는데 굳이 꼭 챙기거나 사서 볼 마음은 들지 않는 작품입니다.

 

원피스를 볼 때 몰아서 보면 재미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전혀 장점이 아닙니다.

이 바닥의 전설인 '드래곤볼', '슬램덩크', 그리고 같은 장기 연재작인 '명탐정 코난' 같은 경우, 적당히 한 권을 뽑아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원피스는 반대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원피스는 1권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으면 재미없는 작품입니다.

 

3.

근데 사실 저 단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독자들이 저처럼 일찌감치 떨어져나올테니 기존 팬층의 악평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사실 팬덤의 발언이 이해가 안 가는 점이 많았거든요.

캐릭터 디자인만 해도 봉쿠레나 이완코프 같이 미형이 아닌 캐릭터가 꾸준히 있었던 작품이고 당장 버기만 해도 미형이 아니죠.

 

이래저래 고찰을 해보다가 도달한 원피스의 큰 단점은 바로 '개그가 재미가 없다.' 입니다.

사실 원피스를 읽으면서 개그가 재미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우솝이나 쵸파조차도 진지할 때 빛을 받는 캐릭터입니다.

개그가 재미없는게 왜 문제가 되냐면 단례로 '데이비 백 파이터' 편이 받는 악평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원래 장편 만화를 보면 묵직한 스토리 뒤에 약간의 복선이 들어간 가벼운 에피소드 한 두 개를 넣고 다시 빌드업을 하는게 보통입니다.

'더 파이팅'만 봐도 일보나 일랑 경기 전후로는 좀더 가볍게 볼 수 있는 마모루나 아오키 경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근데 원피스는 그게 안 됩니다. 개그가 재미가 없으니까 조금만 이야기가 진지하지 않으면 만화가 재미가 없습니다.

 

원피스가 드래곤볼처럼 둘이 싸우고만 있어도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이 단점이 가려질 수 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죠.

오히려 원로 편집자들의 대담에서 나루토에 비해 전투 씬이 별로라서 애니메이션의 수혜를 덜 받는다는 말이 나오거든요.

사실 저게 가능한 작가는 별로 없기에 저걸 비판하기에는 좀 가혹하긴 합니다.

 

원피스의 매력은 '카타르시스를 불러오는 상황의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매력이 너무 강렬하기에 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이고요. 저도 알라바스타 마지막 동료의 징표 부분은 가슴이 찡하더군요.

그런데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그 상황을 구성해가야 합니다.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어요.

그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작가나 독자도 좀 지치고 이를 완화시켜줄 개그가 약하다보니 독자가 지루해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늘어진다는 반응은 정말로 작가가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을 때보다 재미가 없을 때 나오거든요.

사실 원피스는 적어도 스토리 진행만큼은 굉장히 성실한 작품이라서 이걸 지적받으면 좀 억울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