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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Fruits Basket 애장판 복합 감상 1권

1.

 제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흥입니다. 한 번 분위기를 타고서 주욱 읽어나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독서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바쁜 일이 치고 들어오거나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 손을 뗀다면 그 흥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경우, 다시 중간부터 읽으면 그 이 살지 않아서 최근 들어서 읽다가 그만두어 버린 작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골칫거리입니다. 이 작품도 작년에 애장판을 구한 직후에 읽으려고 했는데 한 번 멈추고 다니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마침 최근에 십이지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보았고, 거기에 투니버스 신 애니메이션을 시즌 2를 유튜브에 올린 것을 우연히 목격하여 마침내 다시 읽을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목이 복합 감상인 이유는 만화책 애장판과 DVD로 가지고 있는 구 애니메이션, 그리고 유튜브에 있는 신 애니메이션을 묶어서 감상을 써보려고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세 작품을 다 독파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Fruits Basket을 감상한 셈이 되는 것이지요. 구 만화책은 23권이 되어서 권마다 리뷰하기에는 조금 짧은 느낌이 있는데 애장판은 12권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한 권당 300페이지가 넘으니 글이 너무 짧아질 우려도 없고요.

 

2.

 애장판 1권 표지입니다.  솔직히 이 Fruits Basket 표지에 나와있지 않았다면 이 캐릭터가 혼다 토오루라고 절대로 알아보지 못 했을 것 같습니다. 이 작가는 연재 중에서 그림체 변화가 느껴질 정도였는데(특히 토오루의 변화가 심했습니다.) 연재가 끝난 지 오래되어서 혼다 토오루 그리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거 같습니다. 이 바닥의 전설인 루미코 여사도 라무를 그려도 이누야샤 느낌밖에 안 나서 그렇게 놀랍지 않기는 한데 정작 다른 캐릭터는 아직도 잘 그리면서 여주인공만 이 모양인 게 신기할 정도네요.

 

 첫 번째 애장판 감상 글이니 애장판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면 일단 종이의 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예전 만화책들은 종이의 질이 떨어져서 심하게 황변되거나 곰팡이가 스는 경우가 많았는데 애장판은 만져보니 빳빳한 새 책 느낌이 나서 좋네요. 번역은 솔직히 기대에 못 미칩니다. 구판처럼 심한 오역이 있지는 않지만, 의역이 심해서 원문이 어떤지 아는 사람으로서 오히려 구판보다도 못하다고 느껴질 때가 적지 않습니다. 종합적으로 구판 초반부보다는 낫고, 후반부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이 사라진 것도 아쉬운데 이건 작가의 요청이었다고 하니 별수 없고요. 그리고 예전 슬램덩크 완전판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권을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예술인 것 같네요. 책을 덮는 것으로 그 맛이 더 진하게 배어 나오는 장면도 있는데 12권으로 재구성하다 보니 몇몇 장면은 예전 맛이 나오지 않는 것은 좀 아쉽네요.

 

3.

 애장판 1권은 1화부터 12화까지 수록되어있습니다. 구 만화책에서 1권과 2권에 실린 내용이며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9화까지,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8화까지가 해당권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6화까지 내용, 즉, 원래 1권 분량에서는 토오루, 유키, 쿄우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할아버지 집에 맞겨진 토오루가 집의 개축 때문에 소마 가 야산에 텐트를 치고 살다가 유키가 사는 시구레 집에서 같이 살게 되고, 거기에 유키를 꺾기 위해 들어온 쿄우까지 들어오면서 시구레까지 포함해서 한 지붕 네 식구가 되었지요. 이 안에서 세 명은 좌충우돌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고, 개축이 끝나서 다시 돌아간 토오루가 자신의 가족이 어느 쪽인지를 깨닫고 돌아오는 것에서 구 만화책 1권은 막을 내립니다. 저는 Fruits Basket이 인기가 없어서 한 권으로 막을 내린 세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을 샀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1권 자체의 기승전결과 완결성을 높이 삽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 구 애니메이션과 달리 신 애니메이션은 약간의 변주를 넣었습니다. 원래는 8화였던 학교 축제 준비를 앞으로 가져오면서 팔방미인으로 주변의 감탄을 사는 유키를 부러워하는 쿄우와 거칠어도 어느새 주변 사람들에 잘 녹아드는 쿄우의 친화력을 부러워하는 유키의 관계를 좀 더 빠르게 구축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작품의 첫 번째 클라이맥스의 공주님 납치장면에서 원작에 없는 유키와 쿄우 시점을 비중 있게 그려내면서 감동을 배가시켰죠. 팬으로서는 새 애니메이션 제작진이 원작을 잘 이해하고 있고, 애정도 가지고 있는 증거로 판단되어서 안도가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봉신연의라든가 성의 없이 만든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에 피를 토할 정도로 분노하는 팬들도 꽤 봤거든요.

 

 그 후로 아리사와 사키의 방문으로 한 템포 쉬어간 후 다음 전개가 이어집니다. 그림체나 성우의 변경도 있었지만,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구 애니메이션과 신 애니메이션의 방향성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구 애니메이션이 코믹순정이었다면, 신 애니메이션이 코믹 순정’. 구 애니메이션은 개그 넘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상당히 추가하여 1화를 통째로 사용하여 성대하게 만들었다면, 신 애니메이션은 해당 부분을 상당히 간소하게 넘어가면서 뒷부분을 위한 복선을 까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다만 원작과 구 애니메이션에서 토오루가 시구레에게 허락을 받고 스스로 소마 가에 산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을,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숨기려고 하다가 둘에게 들킨 것으로 바꾸었는데 저는 이 부분에서는 좀 마이너스를 주고 싶습니다. 둘에게는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토오루가 아리사와 사키를 얼마나 믿고 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8화부터 당분간은 소마 가의 다른 십이지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무대가 확장됩니다. 애장판 1권의 뒷부분은 모미지와 하토리의 차례입니다. 둘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자기 나름의 불행한 개인사가 있는 십이지 중에서도 가장 고통받은 사람들이지요. 특히 하토리의 불행에는 아키토가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이는 토오루가 나중에 처음으로 아키토를 만날 때도 하토리의 눈을 다치게 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거리를 두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작가가 등장시킨 후에 설정을 고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캐릭터라는 것입니다. 모미지의 첫 등장은 뒤의 모습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수준이고, 하토리도 카메라 건을 생각하면 원래 작가는 이런 캐릭터로 만들 생각어었던건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두 캐릭터는 신 애니메이션에서 성우의 연기가 전적과 확실히 다릅니다. 방영 예고에서는 유키의 변화가 화제가 되었는데 저는 오히려 모미지와 하토리가 바뀐 것이 더 체감이 되네요. 일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구 애니메이션 모미지와 달리 신 애니메이션의 모미지는 독일어를 많이 섞어쓰면서 혼혈인 것을 강조하고 있고, 하토리는 어조가 좀 더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워졌습니다. 경력을 보니 성우의 능력 부족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연기 방향을 저렇게 잡은 것 같네요. 저에게 고르라고 하면 아무래도 구 애니메이션 모미지가 워낙 마음에 들기에 아직은 구 애니메이션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1권 후반부, 구 만화책 2권의 이야기는 모미지와 하토리의 축제 방문, 토오루의 소마 본가 방문, 그리고 새해맞이로 이어집니다. 거의 원작과 같은 순서로 흘러가는 구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구성을 바꾼 것이 하토리가 중심이 되는 원작 10화와 12화를 묶어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든 것이었는데, 이 점은 신 애니메이션이 똑같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 읽으면서 하나의 에피소드로 묶는 게 나을 내용을 왜 둘로 나누었는지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거든요. 둘을 비교하면 여기서는 반대로 약간의 어레인지를 통해서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신 애니메이션의 연출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새해맞이. 유키와 쿄우의 심리묘사도 마음에 들고 짠하고 등장한 사키의 활약도 마음에 드는 이 작품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입니다. 1권 마지막에서 토오루가 자신의 진정한 가족을 유키와 쿄우가 있는 시구레 집으로 생각했듯이, 여기서 유키와 쿄우가 새해를 같이 맞이하고 싶은 사람으로 토오루를 선택하여 화답하였지요. 아직은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마음으로 보이지만요. 그리고 쥐의 연회 땡땡이로 아키토가 토오루를 더이상 장기말이 아닌 자신의 적대자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4.

 "욕망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갖고 있는 거라 이해하기 쉽지만, 양심은 개개인이 직접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오해받거나 위선이라 비난받기 쉬워. 의심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니까 토오루는 믿어줘. 토오루는 믿어줄 수 있는 아이가 되렴. 그건 틀림없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테니가"

- 혼다 쿄코-

 

1권의 명대사로는 저는 이걸 꼽겠습니다.

 

5.

 1권의 표지의 뒷면은 어머니인 혼다 쿄코입니다. 구 만화책에서는 앞면은 캐릭터, 뒷면은 캐릭터의 마스코트가 나왔는데 애장판에서는 서로 다른 캐릭터 둘을 묶어놓았습니다. 1권을 장식한 것은 토오루-쿄코의 모녀 커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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