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 특선 영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자체적으로 설 특선 영화로 보았습니다.
팀 버튼 감독에게는 '크리스마스 전날의 악몽'에서 기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낸 천재성에 반했고,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도 상당히 좋아해서 부담없이 선택하긴 하였는데 생각보다 둘의 궁합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원작을 재현한 부분은 흠 잡을데 없습니다.
화려한 색감을 바탕으로 동화 같으면서도 뭔가 으스스해보이는 면이 있는 분위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감독의 재해석의 강하게 들어간 부분에서는 원작대로 하는게 더 낫지 않았나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를 요약하면 '심술궂은 천재 노인이 버릇없는 아이들을 골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체벌이나 아동학대가 아닌 권선징악이라 생각하며 웃으면서 볼 수 있으려면
아이들이 저런 짓을 당해는게 전혀 불쌍하지 않을 정도로 밉상이어야 하고, 웡카가 그만큼 유쾌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살찌게 만드는 초콜릿과 과자를 만들어 팔면서 살찐 아우구스투스를 혐오한다던가,
껌을 씹는 것은 인생의 낭비라고 노래를 부르지만 혁신적인 껌을 만들기 위해서 실험을 반복하고 있다던가,
TV를 끄고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라면서 본인은 새로운 TV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던가,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저들을 골려주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웡카가 하는 말들은 자가당착적이거든요.
아우구스투스나 버루카는 당장이라도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는데
바이올렛이나 마이크, 특히 마이크는 TV 중독이었던 원작에 비하면 너무 멀쩡한 아이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웡카 본인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어른으로 만든 것은 득보다 실이 커 보입니다.
덕분의 원작이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라면 영화는 분위기가 안정되지 않습니다. 이게 감독의 의도라면 성공이었겠네요.
하나 더 아쉬운 것을 꼽자면 찰리가 황금 티켓을 손에 넣는 과정의 묘사.
원작에서는 분실물을 주워서 경찰서에 맡기고 상으로 받은 돈으로 초콜릿을 샀는데 여기서는 그냥 주운 돈으로 샀거든요.
찰리의 선성에 대한 묘사 중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이 생략된 것이 아쉽네요.
엔딩은 원작도 괜찮지만 영화쪽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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