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Z는 나가이 고의 원작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으로
인공 지능 로봇인 아톰,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철인 28호를 넘어 사람이 탑승하여 조종하는 로봇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단순히 로봇 성능에 의존하던 주인공이 이어지는 싸움 속에서 성장하여
나중에는 로봇과 하나가 되어서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그려내었고 이것은 후대 로봇물에서 하나의 정석으로 자리잡았죠.
그 유명한 '기동전사 건담' 마저도 그 구조를 그대로 채용하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품의 영향력은 더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우리 세대에게 거대로봇하면 '과학자인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지하에 몰래 숨겨놓은 것'으로 통할 정도로 그 존재감도 독보적이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의 액션은 거대로봇 장르의 팬으로서는 경이적인 수준이었는데
거대 로봇이 활약하는 장면이 에피소드당 5분이 넘기 힘든 요즘과 비교하면 거의 방영시간 내내 마징가의 싸움을 그려내었습니다.
로봇들의 전투를 그려내는 작업이 얼마나 비싼지 알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인기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장점을 마지막까지 지켜내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총 92화 중 반환점을 돌 무렵부터 제작진이 제작비와 아이디어가 모두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보스보로트를 원망하는 글을 많이 쓰긴 하였지만 이 모든 책임을 보스보로트에게 전가한다면 억울해할 것입니다.
전투 장면이 점점 줄아들다가 전성기의 반조차 되지 않게 되었고,
앞에서 나왔던 그림을 다시 돌려쓰는 비율이 크게 올라간데다가 그마저도 처참한 수준인 것이 보스보로트 책임은 아니죠.
피그맨 자작의 첫 등장 에피소드는 초반 에피소드와 비교하면 같은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니까요.
단순히 전투 장면이 짧아지고 액션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제작진의 아이디어도 이쯤에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징가 Z를 탈취했음에도 상처를 입히자 못해서 공중에서 떨어뜨려서 파괴하는
이 작품의 극초반부에나 통할 이야기를 고오곤 대공이 하는 것을 보고 순간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앞에서 이미 나온 수법을 조금 바꾸어서 다시 사용하는 에피소드들이 늘어나니 재미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몇몇 에피소드들은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소한의 개연성을 유지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이런 기본기가 흔들리니 후반부 마징가 Z는 빈 말로도 걸작이라 불러주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거기에 보스보로트가 기름을 부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듭니다.
보스보로트와 보스는 이 작품에서 극도로 이질적인,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존재입니다.
폐기장의 고철로 만든 보스보로트는 마징가 Z조차 위험한 공격을 받아도 결코 폭발하지 않고 보스도 절대 다치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식의 좀더 아동취향의 가벼운 로봇 애니메이션도 있고 저도 그런 장르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이 마징가 Z는 피아 가리지 않고 사망자가 나오는 꽤나 거칠고 진지한 노선의 작품이었고 보스의 존재는 시청자를 혼란시킵니다.
기계수의 화염 공격에 직격을 당해도 검댕이만 뒤집어쓰는 보스와 지뢰를 밟고 사망한 모리모리 박사가 좋은 예시지요.
보스와 보스보로트는 작품의 일관성을 크게 해치는데, 이는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고 작품의 평가를 깎아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런 보스를 활약하기 위해서 모두들 초반부에 비해 더 못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변화는 초반부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작품은 주요 시청층의 요구를 따라갈 수 밖에 없고, 당시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보스보로트의 인가가 높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보스보로트는 좀더 가벼운 분위기의 외전이라면 몰라도 본편에서 저만큼의 비중을 주었으면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반 하늘을 날지 못하는 마징가의 약점을 후벼파는 닥터 헬과 온갖 기지로 이를 극복하는 코우지의 모습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이 작품이 100점 만점의 한계를 넘어서 평가하기 곤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였는데 후반부가 참으로 아쉽네요.
후속작인 그레이트 마징가로 싸움은 이어지는데 제작진이 노선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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