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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마징가 Z(1972) - 80화까지

장편을 관람하다보면 이야기가 도중에 인위적으로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통 작가나 감독이 자의적, 타의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이지요.

그리고 보통 그럴 때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누군가가 심하게 다칩니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은 뒤의 이야기를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뒤의 이야기를 제약하고 발목을 잡기도 하니까요.

앞에서 심하게 소모된 캐릭터들이 추후 전개에서 힘을 잃거나 심하면 작품 전체가 동력을 잃기도 합니다.

 

제가 혹평한 디스크 5와 6에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것은 유미 샤야카입니다.

비록 기계수를 상대할 수는 없지만 아군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였던 샤야카는 아군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보스와 함께 개그 캐릭터가 되어버렸죠. 아니, 보스는 가끔 아군에게 도움이 되니 보스 이하의 존재입니다.

코우지와 마징가를 시기하며 보스와 함께 꿍꿍이를 꾸미는 장면이 계속 나오니 코우지의 연인으로서의 입지도 약해졌습니다.

그 증거로 계속 코우지가 다른 여자와 연애하는 모습이 나오고 사야카는 그 동안 자신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을 실패합니다.

싸우는 여자로서의 정체성도 사라져서 보스의 친적이라는 미사토라는 여성을 뜬금없이 내보낼 정도이지요.

 

그러니 아프로다이A의 최후라는 묵직한 소재가 안타까울 정도로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왜 이제와서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보스보로트를 등장시키지 않고 다이아난A로 보다 일찍 갈아태운 후에 보스보로트가 맡은 역할을 담당하게 하고

미사토 역시 등장시키지 않고 그녀가 맡은 싸우는 여자나 첩보원으로서의 역할을 사야카가 하면 어떠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훨씬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등장인물들 간의 비중 배분도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뒤에 이어지는 모리모리 박사가 지뢰에 사망하는 장면도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어야 하는데

앞에서 온갖 미사일이나 폭탄에도 시커매져서 멀쩡히 돌아다니던 보스 일행이 떠올라서 온전히 몰입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감히 말하겠는데 보스와 보스보로트는 이 작품에 어마어마한 해악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아수라 남작의 경우도 음...

브로켄 백작도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닥터 헬도 무시하는 오만한 성격이 문제이지만 아수라 백작은 차원이 다르죠.

명령 불복종, 지시를 받지 않은 단독 행동, 브로켄 백작을 견제하기 위한 이적 행위, 닥터 헬이 눈감아주지 않았으면 총살감입니다.

애시당초 아수라 남작이 모독을 당하게 된 것이 브로켄 백작이 부상을 입어가면서 만들어낸 유리한 상황을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자신의 것도 아닌 구루로 내뜸 자폭하려고 하는 폭거를 저지르려다가 자폭조차 실패하는 추태를 보였기 때문이었죠.

아수라만 해도 차라리 더 일찍 퇴장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스크 7에 대한 감상은 싸움이 마무리로 가는만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쏟아지는데

앞에서, 특히 디스크 5,6에서 나온 에피소드들이 발목을 잡아서 그 사건들이 기대만큼 힘을 못 받는게 아쉽다 정도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