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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창세기전 외전 - 서풍의 광시곡(9) (1998)

1.

샤른호스트는 크리스티나를 데리고 수중도시가 무너지기 전에 탈출에 성공한다.

정신을 차린 크리스티나에게 자신에 옆에 있는 샤른호스트와 바뀐 상황에 혼란스러워한다.

샤른호스트는 먼저 자신의 정체가 클라우제비츠임을 밝히고 수중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한다.

그리고 프레데릭과 메르세데스를 죽인 범인은 시라노가 아니고 일련의 사건의 배후에 체사레가 있음을 알려준다.

 

크리스티나는 부모님과 시라노의 유지를 이어서 체사레를 저지하겠다고 맹세하고 제피르 팰컨 재집결을 위해 움직인다.

수색에 나선 그들은 로우엔의 술집에서 고주망태가 된 메디치를 발견한다.

메디치는 수중도시에서 시라노가 자신이 구해주었던 죄수였던 것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고 달아난 후 정신적으로 무너져있었다.

크리스티나는 힘들어하는 그를 설득하여 제피르 팰컨에 복귀시켰고 

체사레의 요청으로 두번째 침공을 개시한 비프로스트 군을 막기 위해서 로우엔-제피르 팰컨 연합군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연합군은 비프로스트가 1급 마장기 아스카론을 앞세워 진군을 시작했다는 것에 경악하지만

클라우제비츠는 아스카론을 조종하는 카타리나가 마장기 조종 경험이 일천하니 승산이 있다며 자신에게 생각이 있다고 한다.

 

망티아고 산 정상에 있는 적 사령부를 기습 타격하는데 성공한 연합군에게 아스카론이 공격해온다.

그들이 아스카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이에 하늘에서 거대한 비공정이 나타나고 또 하나의 마장기가 강하한다.

 

팬드래건의 상징인 1급 마장기 아론다이트가 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은 팬드래건의 왕위 계승자인 라시드 3세이며

제피르 팰컨을 지원하는 수수께끼의 총수는 팬드래건의 국왕 성왕 라시드라고 사실을 밝히며 아론다이트에 탑승한다.

 

체사레는 동부 투르와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아론다이트가 투입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일행은 체사레를 포위하고 항복을 요구한다.

체사레는 수중도시에서 파괴신의 힘의 일부를 흡수했다면서 그리마로 변해서 마지막 저항을 하지만 결국 모두의 힘에 처단됩니다.

 

직후에 아스카론도 아론다이트에 의해서 완파당해서 전투는 비프로스트 군의 참패로 종료된다.

전투 후 모두의 앞에 제피르 팰컨의 총수인 성왕 라시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라시드는 혼란스러워하는 일행에게 사정을 설명하겠다며 비공정에 태워서 팬드래건으로 향한다.

 

그리고 몇 년 후 크리스티나는 통일 게이시르 제국의 황제가 되고

라시드 3세는 다시 한 번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동방대륙에 다녀오겠다며 길을 떠나고 게임은 막을 내립니다..

 

2.

시라노가 죽은 다음은 후일담이라는 듯이 상당히 쉽습니다.

일단 클라우제비츠가 힘과 민첩성은 전사보다 높고 지력은 마법사보다 높은 환상적인 능력치를 가지고 있고

메디치에게 지급된 검인 아르마다도 공격력이 200이나 되는 물건이라 모아둔 무기가 없어도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아스카론과의 전투는 아스카론의 체력이 보스치고 굉장히 낮고

체사레와의 싸움도 각성제 복용 후에 메디치와 이자벨로 필살기만 날려도 손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나는 전투 내내 둘에게 열심히 완전 회복약을 써주면 됩니다. 필살기가 없는 총기 사용자의 슬픔이지요.

 

3.

카타리나의 전적은 눈물 없이는 볼 수가 없네요.

비프로스트 최강 검사라는 칭호를 달고 나왔지만 시라노에게 두 번 모두 패배한 후 마장기 전투로 클라우제비츠에 패배하였죠.

일단 공식 설정은 '마장기 전투 경험이 없는 카타리나가 제대로 마장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이지만

이 세계관에서 마장기는 탑승자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개념이라서 사실 약한거 아니냐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죠.

 

사실 여기서 이겼어도 전장에 라시드가 도착한 순간 이미 비프로스트의 승산은 없었죠.

이 세계관에서 강력한 개인의 무력은 말 그대로 전략 병기 수준입니다.

젊을 때라면 확실하고 지금도 아마 마장기 아스카론보다 검을 든 라시드가 더 셀걸요.

애초에 투르와의 전선 쪽에서 휴전이 이루어져서 아론다이트가 투입가능해진 계기가 

투르쪽에서 라시드를 해치우기 위해서 혼자서 2급 마장기를 이기는 실력자들의 집단인 예니체리로 차륜전을 걸었는데

모조리 쓰러뜨리고 마지막 남은 1인의 예니체리와 비긴 것일 정도로 인간의 한계 따윈 애초에 뛰어넘은 분이니까요.

 

이자벨은 교회 세력에 강력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고 이자벨의 부대는 제피르 팰컨에서 가장 잔혹하다는 설정이 있지만

게임에서의 모습을 보면 문제아 투성인 집안에서 혼자서 묵묵히 가계를 꾸려나가는 장녀같은 인상입니다.

제피르 팰컨에서 시라노가 부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부 이자벨이 처리한다는 인상이에요.

사실 이자벨이 메디치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든 생각은

조카 뻘인 카나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에스테 도데에 홀려서 헤롱대는 메디치의 어디가 마음에 든건가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의 큰 아들인 알바티니 데 메디치는 크리스티나가 잘 받아갑니다.

따지고 보면 마지막 전투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며느리로 구성되어 있죠.

참고로 알바티니와 크리스티나 커플은 크리스티나가 11살 연상입니다. 크리스티나가 승리자지요.

 

4.

위에서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서풍의 광시곡의 최종 승자는 크리스티나입니다.

프레데릭의 딸로서 강력한 로우엔의 군사력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비프로스트를 저지하여 제국의 구원자로 떠올랐죠.

대륙 최강국인 팬드래건의 지지를 받기에 입지도 탄탄합니다.(그리고 템페스트 때 그 지지에 화끈하게 보답하죠.)

거기에 체사레 추기경의 손녀로 교회 세력을 흡수하기도 용이하였고

지방 영주들의 세력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제국은 빠르게 통일됩니다.

다만 그 결과 지방세력이 힘이 강해져서 황권이 약하다는 부작용이 생기고 창세기전 3 시절에 고생하게 되지만요.

덤으로 제국 7용사인 번스타인가의 후손이면서 암흑혈의 소유자라 팬들에게도 불만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편입니다.

 

위의 이미지는 드레스를 입은 크리스티나입니다.

보통 남장하고 다니던 여자아이가 예쁘게 차려입으면 귀여운게 클리세인데 저건 아무리 봐도 여장 남자;

 

5.

라시드의 구 제국령 정책에 대해서 갑론을박하는 글을 읽었는데 뭐 복잡할거 있나요.

 

라시드는 창세전쟁 종료 직후 G.S.와의 친분과 별개로 확실하게 제국을 약화시키고 종속국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게이시르 제국과 오랜 세월 걸쳐서 싸워온 실버 애로우의 수장이자, 팬드래건 국왕다운 선택을 한 것입니다.

다만 동쪽에서 동맹국 아스타니아가 투르에 멸망하고 팬드래건조차 전쟁에 국력을 쏟아부으면서 실행할 여력이 없어집니다.

오히려 서쪽 국경에서 힘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지금과 같은 소요 사태가 벌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팬드래건의 적대적인 게이시르 제국이 부활하여 양면 전쟁을 각오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라시드는 제피르 팰컨이라는 조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팬드래건에 호의적인' 게이시르 제국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고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였습니다.

나중와서 G.S.와의 친분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정치인다운 멘트이죠.

 

덤으로 설정상 제피르 팰컨과 로우엔 군은

영광적인 흑태자의 후손인 우리 민족이 비프로스트 따위에게 점령당할 수 없다는 평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고

귀족적인 분위기가 강한 팬드래건과 달리 신생 게이시르 제국은 일반 시민들의 입지가 많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6.

이로서 서풍의 광시곡도 엔딩까지 봤습니다.

기본적인 공략은 다 암기 + 인터넷으로 지도 확인 + 후반부 인카운터율 조정 패치 적용 으로 대충 25시간 걸렸습니다.

플레이 시간이 부담이라서 손을 못 댄 게임치고는 선방했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원래 서풍의 광시곡은 CD 교환을 제외하면 프로그램 죽는 현상이 없는 게임이었는데

BGM을 켜면 다운되는 현상이 발견해서 주요 이벤트 전까지는 BGM 없이 하다가 주요 이벤트에서만 BGM을 켜는 수고가 좀 있었네요.

 

PS. 아예 템페스트까지 한 번에 달릴까, 저번에 하다가 그만둔 아틀리에 시리즈를 마무리 지을까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