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창세기전 외전 - 템페스트(1) (1998)

1.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는 1998년 12월에 발매된 창세기전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이자 두번째 외전입니다.

 

서풍의 광시곡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유통사의 부도로 수익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정적으로 위기에 빠진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과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던 육성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를

발매 6개월 전에 창세기전 세계관에 추가하는 무리수에 가까운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템페스트였습니다.

 

창세기전의 이름과 당시로서는 훌륭한 그래픽으로 많은 게이머들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촉박한 일정으로 많은 시스템이 미완성이었고, 창세기전 역사상 최악의 버그 게임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 정도라면 발매를 연기하는게 보통이지만 회사의 사정과 한국 시장의 특성상 발매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크리스마스로 선물 받거나 세뱃돈으로 산 게임을 1년 내내 하는 어린이들이 많은 시대였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이 게임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제가 첫번째로 구입한 PC 게임이 이거지요.

당시 세진 컴퓨터랜드에 가서 35,000원에 이 게임을 구입하였습니다.

추운 겨울날 이 게임을 구입하려고 왕복 한 시간의 거리를 몇 번이고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2.

서풍의 광시곡이 창세전쟁 직후 무너져버린 제국령의 모습을 조명하고 신 게이시르 제국의 성립을 다루었다면

템페스트의 무대는 창세전쟁의 승리로 대륙 최강국이 된 실버 애로우의 수장 팬드래건 왕국입니다.

 

성왕 라시드는 창세전쟁 직후, 함께 동고동락한 로빈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그러나 많은 귀족들은 로빈의 신분과 과거 전적을 문제삼으로 이 결혼에 반대하였고(사이럽스 출신의 도둑이었죠)

라시드가 고집스럽게 밀어붙여 결혼이 성사된 후에도 왕비와 그의 자식들을 백안시하였습니다.

로빈은 두 아들인 우드스톡과 헨리를 낳았지만 셋째를 낳다가 산고로 사망하였습니다.

 

로빈의 사망 이후 귀족세력은 '제대로 된' 왕비를 옹립하기 위해서 움직였고

국모의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명분으로 동맹국인 비프로스트의 왕녀인 올리비아를 라시드의 후처로 데려왔습니다.

라시드와 올리비아 사이에서 조지, 윌리엄, 리처드, 이렇게 세 아들이 태어났고

팬드래건은 로빈의 자녀를 지지하는 콘웰파와 올리비아의 자녀를 지지하는 버몬트파로 완전히 나누어졌습니다.

 

인품이나 정통성에 흠이 없던 우드스톡 태자가 투르의 평화 협상에 참여하였다가 억류 후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회담에서 억류당해 투르 본국으로 보내졌지만 이 과정에서 자력으로 탈출하여 한 제국으로 망명)

라시드 사후 헨리가 왕이 되자 버몬트파는 헨리를 인정하지 않고 대대적으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초반에는 콘웰파가 우세하여 조지를 참수하고 그 일족을 멸족시켰지만

어머니의 나라인 비프로스트의 대대적인 지원을 얻은 버몬트파는 헨리를 죽이고 그 자식들은 전부 죽거나 실종되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서 윌리엄이 왕이 되었고 얼마 안 가서 두 딸과 어린 두 아들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습니다.

윌리엄은 유언으로 큰 아들인 필립에게 왕위를 넘겼고 동생인 리처드인 섭정으로 지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의 두 아들은 곧바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실종되었고 리처드가 대신 그 뒤를 이었습니다. '패륜왕' 리처드의 탄생이었습니다.

리처드의 즉위 과정이 너무나도 부도덕하였기에 콘웰파 뿐 아니라 버몬트파 내부에서도 그에 등을 돌린 세력이 많았습니다.

 

탈출한 우드스톡 황태자는 몇 년 후 아들을 데리고 팬드래건에 돌아왔지만 냉대를 받다 얼마 후에 죽었고

그 아들인 클라우제비츠는 헨리가 죽을 때 게이시르 제국으로 망명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습니다.

살아남은 유일한 콘웰파 왕족인 그는 게이시르에서 비난 성명을 내면서

자신이 팬드래건의 국왕이 된다면 버몬트가의 정통 후계자인 윌리엄의 딸 엘리자베스와 결혼하여 내전을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리처드는 클리우제비츠의 공약을 무효화시키고, 자신의 부족한 정통성을 보충하고자 역시 조카인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추진합니다.

 

신변을 위협을 느낀 엘리자베스는 세속 권력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주신교의 성지로 몸을 피하지만 리처드의 위협은 계속되었고

결국 루크레치아의 조언에 의해서 동생 메리 팬드래건과 시녀 코델리아 오스틴과 함께 용자의 무덤에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용자의 무덤의 주인인 괴도 샤른호스트(사실 클라우제비츠의 또 다른 신분)가 되어서

리처드의 반대 세력을 규합하여 최종적으로 리처드를 왕위에서 몰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됩니다.

 

이게 템페스트의 배경 스토리입니다.

솔직히 타락을 남용하는 요즘 게임들에 비해서 상당히 양질의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후처를 맞아들여서 분열의 씨앗을 제공한 라시드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팬드래건 왕국은 당시 한 번 멸망하면서 이올린과 라시드를 제외하고 씨가 말라서 왕가의 힘이 약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지라

이올린까지 평생 독신으로 칩거에 들어간 이상 라시드는 한 명이라도 많은 후손을 남길 의무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3.

이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형 사쿠라대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마음에 드는 여성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스토리와 그 캐릭터와의 연애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지요.

언급한 적은 없지만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인 Tony와도 계약한 소프트맥스가 당대 가장 성공한 게임을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난이도가 후반으로 갈수록 쉬워진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건 장르 자체의 특징으로

성능이 좀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하므로 게임의 난이도가 높으면 안됩니다.

그래도 눈물나게 쉬워서 별로 재미가 없었던 사쿠라 대전에 비해서(전 사쿠라대전 1을 해봤고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이 게임은 창세기전 시리즈 치고 쉬운거지 평균 이상의 난이도는 됩니다.

아마 RPG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2장 CD 시작인 솔즈베리 전투나 후반의 자연과의 전투, 3장 CD 시작인 그리피스 전이 만만치 않을걸요.

 

이 게임이 옛날 게임이고 창세기전이 그 상징성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비판받는 경향이 있는데

템페스트는 육성 요소, 연애 요소와 RPG가 섞인 게임이지만 애초에 연애와 RPG는 사쿠라 대전에서 검증된 조합이고

육성은 그 태생부터 RPG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니 애초에 장르 자체는 상당히 왕도에 속합니다.

여기서 미소녀를 메카로 바꾸면 아직까지도 장수하고 있는 슈퍼로봇대전이 되지요.

그리고 각각의 요소가 특급은 못 되어도 A-에서 B+ 정도는 되기에 욕을 먹는 것이 비해서 게임 자체는 꽤나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장 CD 후반에서 2장 CD 중반까지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한 시간이 많은데

그 기간 동안 어드벤처를 수행하여 대륙 곳곳에 숨겨져있는 던전을 돌거나 용자의 무덤에서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익숙한 사람도 방심할 수 없는 난이도이고, 타로카드를 모으면서 수집욕을 채울 수 있어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어디서는 저 부분만 재미있다고 적혀있던데 저 부분이 플레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게 버그가 많아서 프로그램으로서는 낙제일지 몰라도 게임으로서는 평균 이상이라고 저는 평가합니다.

아무리 그 당시였다고 해서 제가 이걸 처음부터 다시 해서 4명의 캐릭터로 엔딩을 봤습니다. (앤, 오필리아, 메리, 리나)

 

 

 

창세기전 외전 - 템페스트(2) (1998)

템페스트의 진행은 크게 육성, 메인 스토리, 개별 이벤트로 이루어집니다. 육성은 8명의 여성 캐릭터를 자기가 직접 육성할 4명과 에밀리오가 육성할 4명으로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자기가 육성�

extremenormal.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