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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캐릭터 단상

캐릭터 단상(2) - 모모 베리아 데빌룩 From 트러블 시리즈

한 소녀가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언니의 연인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여기서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자신의 마음을 고이 접고 보내드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라장을 각오하고 뺏을 각오로 덤비는 것입니다.

물론 후자를 선택할 경우, 앞으로 언니와 데면데면할 관계가 되는 것을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겠죠.

그런데 이 소녀는 자신의 언니도, 그 연인도 너무너무 좋아하고 어느 것도 포기하기가 싫은 욕심쟁이였습니다.

 

그래서 소녀가 내린 결론은 형부(?)인 리토의 정부(情婦)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이 처자가 얼마나 골치아픈 성격인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자기 딴에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점점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당장 리토는 마음에 두는 여자가 있는 상태에서 고백에 대답할 수 없다고 답을 미루는 순정파입니다.

 

소녀는 다시 생각합니다.

리토가 저런 성격이어서는 내 목적을 이룰 수 없다.

그러면 여성 관계에 적극적인 육식남으로 성격을 개조하면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위해서 그 리토와 인간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여성을 이용하여 사랑의 포위망을 구축하자.

 

이게 가슴아픈게 이런 식의 논리 전개를 현실에서도 가끔 봅니다.

아니, 멀리갈 것도 없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제 행동이 저런 식이었던 적이 종종 있습니다.

적당히 머리가 좋고 끝내주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

포기해야할 시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우회로를 찾다보니 점점 행동이 비상식으로 치닫는 경우입니다.

 

애시당초 이 계획은 말이 안 됩니다.

일부일처제 같은 사소한(?) 것들은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이 처자는 경쟁심리 강하고 질투도 꽤 하는데다가 독점욕도 상당합니다.

즉, 이 소녀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풀린다고 하더라도 소녀는 행복을 손에 넣지 못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토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성에 대한 배려와 상냥함입니다.

목적대로 리토가 수많은 여성에게 손을 대는 남자가 된다면 저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일 것입니다.

사실상 이 처자가 원하는건 0보다 큰 음수같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미 문제가 산더미같은 상황이지만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를 더하면

정작 이 처자 고백했다가 실패하면 뒤가 없다는 이유로 고백을 미루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모가 연애에 있어서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하는 누나 라라는 이런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토를 좋아하는 하루나의 마음,

라라도 좋아하지만 훨씬 전부터 하루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리토의 마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토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모두 존중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에 순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러블 다크니스는 옆에 훌륭한 모범 답안을 놔두고

말도 안 되는 선택지를 연발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는 골치아픈 소녀의 연애기로 저는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