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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캐릭터 단상

캐릭터 단상(3) - 란마와 아카네 From 란마 1/2

 

 

1.

란마와 아카네, 란마 1/2을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란마 1/2의 내용의 절반은

아카네가 란마를 질투하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란마가 아카네를 질투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이 둘이 티격태격하는 것이 작품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란마 1/2 포스팅을 마무리하면서 이 두 명에 대해서 한 번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2.

란마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무사수행을 하다보니

예의범절이 부족하고 거친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의외로 인간 관계는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데다가

핫포사이를 대하는 것으로 보아서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아버지나 스승이 거의 인격파탄자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기적적으로 바르게 자랐습니다.

 

이기는 것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성격이 문제기도 하지만

승패의 대상이 대부분 격투이고, 란마는 프로 격투가로서 승패에 연연하는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격투 빼고는 장점이 없다거나 학업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이세돌 보고 바둑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비난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요.

 

문제가 있다면 배려심 부족입니다.

같은 말을 해도 묘하게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처입히는 말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도와주고도 오히려 반감을 사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3.

아카네의 경우는 기본적으로는 누군가에게나 친절한 성격입니다.

란마가 툴툴되는 원인 중에 하나가 다른 남자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것인데

사실 아카네는 란마를 포함한 몇몇 예외만 뺴면 굉장히 예의바르고 친절한 성격입니다.

그리고 그 예외 중에서 란마를 제외하면 다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람이지요.

 

그리고 상당한 노력파이기도 하지요.

요리건 수영이건, 심지어 무술조차도 재능이 없어보이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도달하는데 성공합니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합니다.

란마도 자존심이 강한 편이긴 하지만 아카네는 한 술 더 뜹니다.

세 자매 중에서 유일하게 아버지를 따라서 무술을 해서 그런지 무도가로서 자부심도 강하고

요리 실력이 파멸적이지만 자신의 요리를 먹지도 않고 타박할 경우 마음 상해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이 나오는 것은 란마에게 약혼자로서 존중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될 때 바로 토라지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저 자존심만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술가로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매번 란마 입장에서는 지켜내야하는 짐덩이나 마찬가지이고

요리 실력은 먹은 사람의 정신을 날려버릴 정도로 파멸적이며

정작 자신은 란마의 약혼자로서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냐면 대답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제 시점에서 보면 란마보다는 아카네 쪽이 문제가 더 많은 성격입니다.

 

4.

아카네에 대해서 란마가 입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귀엽지 않다.'

하도 많이 쓰다보니 우쿄는 아카네를 '귀엽지 않은 약혼자'로 자기를 '귀여운 약혼자'로 부를 정도이죠.

이 이후로 보통 아카네가 철권으로 응징하고 냉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입니다.

 

저 '귀엽지 않다.'는 표현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있는데

란마가 아카네에게 귀엽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카네가 자기 외의 남자(특히 료가)와 친하게 지낼 때입니다

단순한 질투라고 하기에는 반대의 경우 아카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억울할 만 합니다.

정작 란마는 꼬이는 여자를 단호하게 쳐내지 못해서 그렇지

단 한 번도 다른 여자에 친구 이상의 마음을 품은 적이 없는데 말이죠.

 

두번째가 중요한데 아카네가 자신에게 의지하라는 요구를 거절할 때입니다.

사실 작중에서 란마는 아카네를 대등한 존재라기보다는 보호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카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니 물러나있으라는 태도를 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자존심이 강한 아카네 입장에서는 이걸 굴욕적이라고 생각하고 불쾌해합니다.

란마 입장에서는 자기 나름의 성의가 거절당한 것에 기분이 상해서 저 말을 하는 것이고

아카네는 자기를 대놓고 무시한 것에 기분도 상해있는 와중에 저 말까지 들으니 주먹이 나가는 겁니다.

 

결국 요약하면 아카네를 위험에서든 다른 남자에게든 과보호하려는 란마의 성향과

많은 문제에서 이성보다는 자신의 자존심이 우선되는 아카네의 성향이 부딪히는 것입니다.

둘 다 같은 이야기라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이야기하는 법을 모르는 것은 덤이고요.

 

5.

아마 둘은 잘 살 것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둘 다 서로 좋아해서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상황이고

둘 다 무차별격투류의 후계자와 그와 결혼해서 도장을 잇는다는 입장도 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만 위에서 적은 사항들은 쉽게 고쳐질 문제들이 아니기에

아마 평생 티격태격하면서도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라고 금새 화해하며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