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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

토요일에 상견례 하고 왔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양가 부모님들의 상견례가 있었습니다. 저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랜만에 정장을 쫙 빼 입었습니다. 원래 양복과 참 인연이 없는 직업인데 올해는 결혼식 준비로 그래도 계속 입게 되네요. 다른 준비를 전부 마친 다음에 아무리 해도 모양이 나오지 않는 넥타이와 사투를 벌이다 보니 여자 친구가 태우러 오더군요. 넥타이와 만약을 대비한 똑딱이 넥타이를 주머니에 넣고서 출발해서, 호텔 로비에 도착한 후에 여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다시 한번 시도해 보니 그럭저럭 모양이 나오더군요. 혼자서 할 때는 자꾸 고개를 내려서 손과 모양을 확인하려고 하다 보니 잘 되지 않았는데 여자 친구가 계속 넥타이를 목에서 타이트하게 유지시켜주니 훨씬 낫더라고요.

 

 장소는 중식당으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음식 맛이 중요한 자리도 아니고, 음식 맛을 음미할 상황도 아닌데 격식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한 마디 불평하실 정도의 가격은 나오는 장소였습니다. 여자 친구 부모님께서는 먼저 도착해 계셨고, 부모님께서는 10분 정도 늦으시더군요. 전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면 30분 늦게 잡을까 여쭤보았는데 그때는 괜찮다고 하시더니 결국 제시간에 못 오셔서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번 상견례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좋게 하시려는 양가 부모님의 노력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은 아버지가 완전히 얼어붙으셔서 어머니께서 혼자서 열심히 고군분투하시더군요. 저도 적당히 이야기에 끼면서 열심히 식사를 하였습니다. 음식이 맛있던 것도 있지만 이런 자리에서 당사자가 안절부절못하거나 너무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인상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라도 씩씩하게 먹었습니다. 다행히 긴장한 속에도 잘 녹아들어갈 정도로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굳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맨 마지막 선택 메뉴로 나온 짬뽕이 좀 매워서 어머니와 여자 친구가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것 정도? 

 

 끝나고서 양가 부모님은 각자 자기 자식 방으로 향하셨습니다. 저는 이사가 가까워서 포장해 둔 책과 부모님 가져가시라고 냉동실에 꽉꽉 채운 찹쌀떡 들고 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는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씩 하면서 지친 몸을 달랬습니다. 이제 또 하나의 큰 고비는 넘겼고, 9월 중순의 여자 친구가 집에 방문하는 것과 이사 관련 돈 문제 처리되는 것만 원만히 끝나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