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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이야기/기행문

홋카이도 여행기 1 - 첫째날의 여행(1): 달려라 달려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하고

그 전에 비행기표 수령을 위해서 7시까지 공항에 도착해야하기에

아침 5시 반에 일어나서 6시가 되기 전에 집을 출발하였습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는 출발 후)

 

원래 아침에 약한 것도 있어서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제가 지금 자고 있는건지 깨어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만약 공항철도가 없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공항철도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티켓 수령에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아서

느긋하게 공항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서 아침 대신으로 먹었습니다.

물값이라도 절약하려고 보온병에 보리차를 넣어왔는데

규정을 보니 항공기 내 100ml 이상의 액체 반입 금지여서 다 버려야 될 상황이라

아쉬워하면서 버리기 전에 되도록 많이 마셨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찍은 제가 타게 될 항공기 사진)

 

 

(비행기 내부)

 

출발 전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비행기 내부까지 찍은 것은 저가 항공을 타고 가는 문제로 어머니와 말다툼이 좀 있어서

그냥 평범한 이코노미 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찍었습니다.

 

비행기로 인천 공항에서 치토세 공항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그 2시간 반 동안 저는 의식을 잃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자리도 통로쪽이라 바깥을 볼 상황도 아니었고

노인분들 단체 관광 한가운데에 자리가 배치된 상황이라 고의적으로 의식을 잃은 것도 있습니다.

 

11시 36분 치토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력 질주를 시작했습니다.

입국 심사대와 세관을 최대한 빨리 통과하고 외워두었던 루트를 전력질주하여서

12시에 노보리베츠 온천으로 출발하는 하루에 한 대 밖에 없는 직통 버스를 잡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버스 안에서 뽑은 티켓)

 

(버스에서 앉아서 찍은 근처 사진)

 

버스는 고속도로를 거쳐서 노보리베츠로 향했습니다.

타고 가면서 본 홋카이도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시골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눈하고 산 밖에 본 것이 없고,

길도 고속도로가 4차선 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지나가는 차량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일본 작품을 로컬라이징할 때, 홋카이도를 강원도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노보리베츠 버스 터미널)

 

한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버스는 노보리베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습니다.

홋카이도는 지명이 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노보리베츠는 오를 등(登)에 나눌 별(別)자를 쓰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뜻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음차만 한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데다가 아침은 삼각김밥 하나로 해결한 상황이라

일단 상점가를 찾아서 점심 식사를 먹기로 하였습니다.

 

(염마상, 땅속에서 유황 섞인 증기가 올라와 옛 사람들은 여기에 지옥이 있다고 믿었다 함)

 

원래는 식당도 인터넷으로 찾아서 위치를 외우고 갔지만 정기 휴일 표시 앞에 패퇴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味の大王(맛의 대왕)이라고 써진 라면집에 들어갔습니다.

꽤나 유명한 가게인지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서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였습니다.

홋카이도하면 미소라면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안에서 지옥라면이라는 매운 미소라면을 하나 주문하였습니다.

메뉴판에 '더 맵게 만들 수도 있지만 너무 맵게 먹기보다는 적당히 맛있게 먹어라'는 내용이 적혀있어

어느 정도 매운 맛일까 살짝 기대를 하였고 마침내 라면이 나왔습니다.

 

 

일단 국물을 한 스푼 먹어보았습니다.

....안 맵습니다. 진짜 매운 맛의 흔적도 없습니다.

신라면은 커녕 너구리나 진라면 수준도 안됩니다.

면은 확실히 쫄깃쫄깃하게 맛있었고 국물도 맵지는 않지만 맛은 있었습니다.

만약 한 번 더 먹을 일이 있다면 3단계 정도 매운 맛을 올려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