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서 돌아와서 삿포로 역 안에 잇는 관광 안내 센터에서 30분 정도 휴식을 취했습니다.
왜 거기냐고 물으신다면 따뜻하고 WiFi가 제공되는 최고의 휴식처니까요.
왠만한 가게에서 WiFi가 제공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WiFi가 되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아예 체크해놓았다가 휴식 거점으로 활용했습니다.
슬슬 기력이 돌아와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4시 45분 정도였습니다.
원래 예정보다 상당히 일찍 오타루에 돌아왔기에 생각지도 못한 여유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만약 예정이 어긋날 경우를 대비해 세워두었던 대체 계획을 발동했습니다.
삿포로 밤 관광의 시작이었습니다.
첫 목적지는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었습니다.
JR 삿포로 북쪽 출구를 나가서 동쪽으로 직진할 경우, 20분 정도 걸린다고 외워왔고
만약을 대비해서 관광 안내 센터에서 지도를 챙겨왔습니다.
거리상 굳이 버스를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여기도 꽤나 눈이 많이 쌓여있었고, 눈이 계속 내리고 있어서 생각보다 가는 길이 고생이었습니다.
도착해서 안에 들어가니 제일 먼저 보이는 표지 중 하나였습니다.
오른쪽으로 읽어도, 왼쪽으로 읽어도 해석이 안 되서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았더니
왼쪽부터 세로 읽기라고 답변이 왔습니다.
덤으로 ゆふ->ゆう == 言う라고 알려주더군요.
저는 ゆう까지 들어놓고도 ゆう== 優 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상당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난방을 좀 춥게하는 경향이 있던데 여기는 아늑하게 따뜻하였고
무엇보다 구수한 보리향이 맴도는게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둘다 사진으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이라 아쉽네요.
삿포로 맥주의 변천사에 대해서 소개하는 코너도 있고
맥주 제작 과정을 움직이는 미니어처로 보여주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밑에 좀더 자세한 설명도 적혀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도 아니고
느긋하게 보다가 뒤에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들에 휩쓸릴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서 통과하였습니다.
당시 사용하던 커다란 자재들 옆의 계단을 지나서 한 층을 내려오니
삿포로 맥주에서 사용하였던 역다 광고 포스터들을 모아놓은 코너가 있었습니다.
제 안에서 맥주는 현대적인 이미지인데
이게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그림체와 어우러져서 자아내는
흡사 누가 일부러 장난이라도 쳐놓은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전부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관람순서가 1층에서 바로 3층까지 올라간 후에 한층씩 내려오면서 보는 방식이라서
관람을 마치면 1층의 홀에 도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홀에서는 맥주 시음 코너가 있고, 여러 가지 상품을 살 수 있었습니다.
삿포로 맥주, 삿포로 클래식, 개척사 맥주를 잔 당 200엔에 팔고 있고
세 잔을 세트로 시킬 경우 500엔에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한 잔 씩 마셔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술만 마시면 곱게 잠이 드는 저에게 있어서 맥주 세 잔은 치명적일 수가 있어서
아쉬지만 포기하고 개척사 맥주를 한 잔 주문하였습니다.
무료 안주로는 플레인 치즈, 어니언 치즈, 너츠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저는 가장 특이해보이는 어니언 치즈를 골랐습니다.
맥주가 나오기 전에 어니언 치즈를 받아서 한 입 베어물어 보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양파 향이 강하게 나더군요.
맥주 맛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살짝 마이너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척사 맥주를 한 모금 마셔본 감상은 기대한 것보다 순하다였습니다.
classic이 한국에서 마셧던 일반 삿포로 맥주보다 맛이 더 강했어서 더 거친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술술 넘어가는 느낌이 강햇습니다.
제 취향은 일단 맛이 강한 Classic쪽으로 좀 기울어지네요.
건물을 나와서 찍은 사진.
6시가 넘어서 완전히 해는 넘어갔고, 아까보다 눈발이 확실히 굵어졌습니다.
다시 삿포로 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배를 채우고 싶어서 박물관 부대 시절로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가격이 좀 만만치 않아서 칭기즈칸을 1인분만 주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에 와서 들어본 질문 중에서 가장 황당한 질문을 들었습니다.
"고기를 구울 줄 아시나요?"
이 말을 듣기 전에 들었던 불판이 뜨거우니 손대지 마세요에 이어서 순간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을 고기를 구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나요? 아니면 제가 그렇게 못 미더워보였을까요?
일단 양은 좀 부족하나마 고기를 좀 먹으니 살 것 같더군요.
확실히 사람은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납니다.
그리고 나서 식당을 나서서 삿포로 역으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정말 순간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진짜 걸어가다가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얌전하게 박물관과 삿포로 역을 잇는 직통 버스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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