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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Fruits Basket 애장판 복합 감상 3권

1. 

 Fruits Basket 애장판 3권은 원작의 5, 6권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키사가 등장하고 무엇보다 쿄우의 진짜 모습이 나오는 편이지요.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16~20, 24~26화에서 다루고 있고, 15, 18, 21, 23~25, 시즌 2 3화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한 권을 통채로 할애하여 다루는 쿄우의 본 모습이 나오는 이야기는 작품의 큰 전환점이 되기에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클라이맥스로 삼아서 작품을 마무리 지었고, 신 애니메이션에서도 시즌 1의 종료로 삼았습니다. 다만 원작을 따라가게 되면 2쿨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는 분량이 부족해지고, 히로나 리츠 같은 캐릭터는 아예 나오지도 못하기에 두 애니메이션 모두 순서를 틀어서 뒤의 에피소드를 앞으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른 신 애니메이션에서 더 많이 틀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약간 위화감이 드는 장면도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오타니의 과거를 다루는 에피소드는 수영 수업이 나와있는데 장마를 배경으로 하는 뒤 에피소드보다 앞으로 가져왔단 말이죠. 솔직히 시즌 2도 있는데 앞에 에피소드를 5개나 당겨와야 할 정도면 그냥 시간 순서대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원작 5권 분량은 별장 편 2화, 키사 편 2화, 사키 집 방문 편과 토오루의 감기 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별장 편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면 아야메가 유키과 관련되지 않는 일이라면 생각보다 상식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는 것과 하토리가 왜 저 둘과 어울리며 뒤치다꺼리를 해주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아,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하토리의 연애를 위한 복선을 깔기도 했네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기도 했네요. 키사의 가출 편은 하츠하루와 키사가 같이 있는 장면은 그림이 된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저는 후반까지 둘의 커플로 이어지길 바랐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둘 다 자기 짝을 찾아가긴 하지만 그래도 못내 아쉽네요.

 

 사키 편은 처음 볼 때 엄청 웃었습니다. 사키는 등장하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나올 때마다 기대감을 심어주는 캐릭터지요. 속도를 내려고 원작 2화 분량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드는 신 애니메이션에서도 단독으로 1화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뒤에 사키 과거 편을 이어붙여서 2화를 통채로 사키에게 할애하였죠. 주로 프린스 유키와 얽히면서 12지들과의 접점이 부족한 점은 조금 아쉬웠는데 후반에 쿄우의 새엄마 후보로 부상하면서 쿄우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모습에 다시 한 번 배를 잡았지요.

 

 토오루 감기 편은 비록 짧은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신 애니메이션에서 반 화만 사용해서 후다닥 정리한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주위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척도가 그 사람이 아프고 힘들 때 주위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토오루가 감기로 쓰러지자 평소에 도움을 받은 12지들이 모두 제일 제쳐두고 와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저들에게 토오루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었거든요. 특히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평소에 부추라면 질색하는 쿄우가 감기에 부추가 좋다는 글을 읽고 유키의 비밀기지를 급습하여 부추를 얻고 코를 막아가며 부추죽을 쑤는 모습을 추가하였는데 참으로 모범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아쉽네요.

 

3.

 쿄우 편은 5화, 한 권이 6화이니 거의 한 권을 통채로 사용한 대형 에피소드였습니다. 사실 지난 권까지의 모습만 보면 작품의 남 주인공은 유키로 굳어져가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권에서 쿄우가 점수를 많이 쫓아갔었죠. 특히 토오루가 쓰러진 화에서 토오루 옆에서 간병하면서 약한 소리를 받아주는 모습이 컸습니다.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에서 한 방에 역전했다는 느낌입니다. 12지의 저주가 슬프고 불편한 것에서 반드시 해소해야하는 무언가로 바뀌는 분기였으니까요. 중요한 에피소드인 만큼 연출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솔직히 신 애니메이션이 가장 떨어진다는 느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 애니메이션 단점이 '오바'하는 연출 사용이 굉장히 어색하다는 것이거든요. 원작부터 이런 연출이 많은 작품인데 구 애니메이션은 이걸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느낌인데 신 애니메이션은 '왜 여기서...?'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번 쿄우 편도 그냥 원작 연출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시리즈 구성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더 들자면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이 원작의 6권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15권 정도에서 막을 내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왜냐면 작품의 40% 정도에서 배치하면 딱 적당한 이벤트였거든요. 그런데 원작은 2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후반부가 너무 끌었어요. 좀 쳐낼 이야기 쳐내고 아무리 늦어도 18권 정도에서는 끝내야 했다고 봅니다.

 

4.

 뒷면 표지는 카구라입니다. 시구레와 카구라, 12지 중에서도 속을 알기 어려운 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