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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Fruits Basket 애장판 복합 감상 2권

1.

 후르츠바스켓 애장판 2권은 원작의 3권과 4권, 13화에서 24화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10화부터 15화까지,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9화부터 14화까지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두 애니메이션 모두 해당 내용을 6편의 에피소드로 정리하였는데, 이야기가 발단 단계를 넘어서 전개 단계로 흐르면서 양 애니메이션 모두 속도를 내는 것이 보입니다. 실제 이야기도 아래와 같이 여섯 꼭지로 묶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이 다른데 구 애니메이션은 발렌타인 분량을 줄였고, 신 애니메이션은 온천 편을 한 화의 절반만을 할애했죠. 

 

 1) 설에 오지 않은 쿄우와 겨루기 위해서 하츠하루의 방문

 2) 발렌타인데이와 유키와 쿄우, 토오루, 카구라의 더블 데이트

 3) 화이트데이 답례로 모미지가 선물한 모두가 함께 하는 온천 여행

 4) 신학기의 시작과 아키토의 방문

 5) 아키토를 만나 침울해져 있을 유키를 위로하기 위한 아야메의 방문

 6) 모미지의 과거사, 그리고 토오루 어머니에게 성묘

 

 전체적으로 설날에 벌인 사상 초유의 쥐의 연회 땡땡이 사건과 연결된 사건들이 이어지서, 십이지들이 추가되면서 세계관을 넓혀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전권부터 부정적인 아키토가 학교를 방문하면서 상처를 주는 아키토와 상처를 치유해 주는 토오루의 대립 구도도 확실해졌고요. 전권 하토리의 이야기부터 작품이 살짝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아키토의 등장이나 모미지의 과거사 등 그런 내용이 없지는 않았지만 새로 등장한 하츠하루나 아야메가 밝은 캐릭터여서 아직은 밝은 느낌이 더 강합니다.

 

 슬슬 토오루-유키-쿄우의 3인 구도가 굳어지면서 이 작품에 남자 주인공이자 토오루의 상대역이 누구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제 기억으로 읽는 사람에 따라서 의견이 많이 갈렸는데 저는 이 시점까지는 저는 이 시점까지는 유키가 주인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일단 하츠하루도, 아야메도 모두 유키와 연관성이 강한 캐릭터였고, 온천에서 선물 등 계속 포인트를 쌓고 있는 유키에 비해서 쿄우는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요. 과학고 시절에 남학생들은 유키를, 여학생들은 쿄우를 지지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이런 면에서는 역시 여성의 감이 작동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2. 

‘난 생각해. 나는 제대로 추억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싶다고. 설령 그게 슬픈 추억이라도, 나를 아프게만 하는 추억이라도, 차라리 잊어버리고 싶은 추억이라도. 제대로 짊어지고, 도망치지 않고 노력하면, 노력하면 언젠가 그런 추억에 지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믿고 싶으니까.’

 

 2권의 명대사이자, 제가 Fruits Basket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하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제가 소마 모미지를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미지의 과거사는 충격적입니다. 옆에서 보기에 즐거워 보이는 것과 달리 십이지로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본인과 가족, 특히 부모에게 있어서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그 불행을 짊어지기 너무 약한 사람이었을 뿐이죠. 하지만 그들이 짊어지지 못한 불행은 전부 모미지가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큰 슬픔을, 상처를 안고서도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이 작품에서도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고 또 강한 캐릭터가 바로 이 모미지지요. 17화에서 유키, 쿄우와 비교하면 나이와는 별개로 누가 '어른'인지 확실히 보입니다. Fruits Basket은 가장 힘들었던 과학고 시절에 저를 위로해 준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억이 남았던 것이 모미지였습니다. 그리고 너무 어려 보여서 놓치기 쉽지만, 연애 전선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토오루에게 대시하는 것도 모미지입니다. 학교 축제에서 이 만화 최초로 토오루를 자기 의지로 끌어안은 남성이 모미지이고, 화이트데이 선물을 준비한 것도 모미지, 온천여행에서 같이 자고, 같이 목욕하자고 달라붙은 것도 모미지, 시간 날 때마다 남아서 일부러 토오루의 아르바이트를 도와주고 있는 것도 모미지입니다. 토오루는 모미지를 완전히 어린아이로 생각하기에 거절조차 당하지 못하고 있는 게 모미지 입장에서는 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실 둘은 한 살 차이인데 말이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하츠하루. 사려깊은 화이트 모드도 마음에 들고, 시원하게 깽판치는 블랙도 마음에 듭니다. 유키를 운반하기 위해서 토오루를 덥석 안고 소로 변신하는 장면은 남자다운 게 꽤나 멋있었어요. 이번 권에서는 둘의 비중이 커서 읽는 맛이 있었습니다.

 

3.

 신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조금 더하면 유키의 외모가 남자다워진 것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더 보니 문제가 되는 장면들이 한둘씩 나오더군요. 학원 축제, 그리고 학생회장의 상상 속에서 유키가 여장한 장면이 어색해졌고, 아야메를 보면서 유키의 성장 버전이라고 말하는 대사를 들으니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함부로 등장인물의 외모를 바꾸는 게 아니네요. 그리고 음악. 사실 구 애니메이션 오프닝인 'For Fruits Basket'은 오카자키 리츠코의 대표곡으로 주제곡 부분에서 수상 경력도 있는 명곡인데다 곡조나 가사가 작품과 완벽하게 어울린다는 평을 받은 작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 그보다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신 애니메이션 첫 번째 오프닝은 굳이 비교하지 않는다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2기 오프닝은 좀 많이 아쉽네요. 노래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데 이게 왜 Fruits Basket 오프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우산을 '던지는'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토오루가 할 것 같은 행동이 아닙니다.

 

4.

뒷표지는 쿄우. 2권 표지 구성은 유키와 쿄우, 쥐와 고양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