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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Fruits Basket 애장판 복합 감상 5권

1. 

 요즘 회사 일이 바쁘고, LCK도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빠지지 않고 챙겨보다 보니 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날이 흐리고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서 밖에 나가기 싫은 날인데, 거기에 코로나의 영향으로 당초 예정도 취소되어서 어차피 집에 있어야 하는 거 느긋하게 밀려있는 글이나 올려보려고 합니다. 연애하기 쉽지 않네요. Fruits Basket 애장판 5권, 원작 만화책의 9권, 10권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올린 사진을 봐주세요. 예전에는 가지고 있는 만화책 사진을 찍으면 제 실력으로는 정확하게 사각형으로 찍을 수가 없어서 배경이 너무 많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잘라서 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새로 산 Z-flip3 에는 사진 내에서 찍으려는 대상을 찾아서 추출, 보정해주는 기능이 달려있네요. 덕분에 위에처럼 배경 없이 만화책 표지를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을 교체한 보람을 느끼네요. 표지의 주인은 하츠하루, 때로는 쿨하고, 때로는 상냥하고,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생각이 깊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지만 제가 이 작품에서 모미지 다음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2.

 현실은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작품 속 세계는 여름방학이 한창입니다. 유키는 학생회를 시작하였고,  쿄우는 토오루와 함께 사부님 댁에 방문하고, 아리사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도중 쿠레노와 만나게 됩니다. 후반부에는 십이지들과 토오루가 해변가에 있는 별장으로 다 같이 피서를 떠납니다. 가문 소유의 온천, 호숫가 별장에 이어서 해변가 별장이라니 작중에 소마 가는 확실히 대단한 가문이네요. 모미지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도 있고요. 그 사이사이 사키의 과거 이야기와 하토리와 마유코의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그려냈습니다. 두 이야기 모두 마음에 듭니다. 특히 이제까지 같이 하기에는 자신들과 너무나도 다르기에 '어쩔 수 없이' 부모와 틀어지던 십이지들의 가슴아픈 사연들을 듣다가 자신들과 다를 뿐 아니라 십이지와는 다르게 위험하기까지 한 사키를 가족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품어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훈훈하네요. 마유코 같은 경우도 묘하게 어른의 연애라는 느낌이 들고요. 한 가지 불만은 사키 이야기를 두 화를 써도 될 분량을 한 화로 만들어 나서 각 권의 에피소드가 6의 배수로 떨어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저 에피소드 덕분에 원작 만화책 9권이 53화에서 끝나고, 10권이 59화에서 끝나게 되었죠. 글을 쓰기 전에 눈을 감고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순서대로 떠올리면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되새기는데 숫자가 맞지 않으니 헷갈리네요.

 

3.

 쿄우에게 남주인공 자리를 빼앗겼을 뿐 아니라 어느샌가 점점 존재감이 옅어지던 유키였는데 5권에서는 오랜만에 이야기의 중심에 섰습니다. 초반부에는 드디어 베일에 싸여있던 학생회 멤버들과 첫 대면을 가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문제의 캐릭터인 마나베 카케루도 처음으로 등장하고요.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이고, 실제로 찾아보니 엄청 미움받는 캐릭터입니다. 태생부터가 유키가 꺼려하는 두 인물인 아야메와 쿄우에게서 유키가 힘들어하는 면을 따와서 합쳐서 만든 캐릭터고 이를 극복하는 것으로 유키의 성장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았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적당히(?) 짜증이 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쿄우는 때릴 수라도 있지, 쟤는 두들겨 팰 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후반부, 앞으로 나아가려고 결심은 하지만 자신 안에 굳게 걸어 잠근 마음의 상자를 열지 못하고 있던 유키는 다시 한번 아키토를 만난 후 토오루의 어깨에 매달려 스스로에게 걸려있는 마지막 족쇄를 풉니다. 제가 전의 글에서 신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별로 좋지 않은 평가를 했는데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제작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 정확하게는 만화책 10권 정도부터 만화책의 그림이 눈에 띄게 이상해졌거든요. 단순히 작가의 그림체가 바뀌는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기본적인 인체 비례가 맞지 않고 특히 캐릭터의 목을 지나치게 길게 그려서 기괴해 보이는 장면이 꽤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뒤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엄청 큰일이 있었네요. 당시에 그냥 수술을 했다고만 적혀있었는데 그 수술이라는게 뇌에서 손에 신호를 보내는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이 부분을 리셋하는 수술이었고, 그 결과 치료는 되었지만 그동안 몸에 익은 그림 그리는 실력이 전부 사라졌다고 하네요. 이런 안타까운 사정 덕분에 이 아름다운 장면이 그다지 멋진 그림이 나오지 않았는데 애니메이션에서 정말로 감미롭게, 정말로 가슴 아프게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유키의 입술이 닿은 것이 토오루의 입술이 아닌 이마였던 것이 결국 마지막까지 토오루와 유키의 거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4.

 

 뒷면 표지는 아야메입니다. 작품 내에서 가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둘이네요. 아야메는 저렇게 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아야 하죠. Fruits basket 신 애니메이션에서 잘 살리지 못해서 아쉬운 점 중에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