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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만화

Fruits Basket 애장판 복합 감상 4권

1. 

 Fruits Basket 애장판 4권은 원작의 7, 8권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권 마지막에 나오는 쿄우의 이야기는 남주인공의 무섭고도 슬픈 비밀이 밝혀지는 이야기인 만큼, 애니메이션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원작 7권이 히로의 등장과 키사와의 아직은 어린 사랑을 다루는데 2, 아리사의 과거를 다루는데 3, 그리고 프린스 유키의 모토코를 다루는데 1화를 사용한 것을 보면 쿄우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 작품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 애니메이션과의 온도 차가 느껴집니다. 오히려 8권 후반 부에 모두에게 진로라는 문제를 제시하면서 작품의 느낌이 크게 변하는 느낌입니다. 초반부의 따뜻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참 좋아했던 독자로서 이러한 변화가 솔직히 반갑기만 하지는 않네요.

 

2.

 위에서 말한 7권의 내용은 신 애니메이션에서는 전부 시즌 1에서 다루었습니다. 구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리사의 과거가 빠졌었기에 어린 아리사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네요. 문제는 이번 분량에서 신 애니메이션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내용은 저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 원작 42. 프린스 유키의 회장인 모토코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짧지만 프린스 유키 시점에서 유키의 성장과 토오루의 존재를 인정하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화입니다. 그런데 원래는 이 에피소드가 쿄우에게 자극을 받아서 학생회장 자리를 수락하고 자기 형과도 서로 알아가겠다며 아야메의 가게에 방문한 다음에 들어가야 하는 이야기였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시점의 유키는 아직 앞으로 한 발을 내딛지 못한 상황인데 갑자기 성장에 감탄하는 모습이 나오니 당황스럽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시즌 1에 마지막에 쿄우의 본 모습 이야기를 넣기 위해서 너무 많은 이야기의 순서를 틀어버렸어요. 1권 반 분량을 욱여넣었는데 원래 6권 분량의 이야기라는 걸 생각하면 여기저기서 삐걱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3.

 유키 이야기로 가면 할 말이 더 많은데 원작 8권을 기점으로 유키는 사실 토오루의 연인 후보에서 탈락합니다. 무엇보다 계속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쿄우에 비해서 유키는 학생회 인물들과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칭조차 처음의 혼다 씨에서 더 가까워지지 않고요. 그런 만큼 유키의 이야기는 성장을 중심에 놓고 공을 들여서 묘사해줘야 합니다. 사실 아야메가 자신의 가게에서 로망이 무엇인가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듣고 있자면 정신이 아득해지긴 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서 정신줄을 잡으면서 자신의 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유키의 모습이 나오는 화이고, 반대로 그렇게 다가와 주었기에 아야메 역시 유키가 어머니에 맞서서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나서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걸 전개 속도를 올린다고 멋대로 합치지 말라고요!! 그것도 원작 기준으로 1권 넘게 시간 차이가 있는 두 사건을 하나로 묶다 보니 이야기가 뭔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사실 신 애니메이션에게 대해서 여러모로 기대치를 낮추고 있습니다. 사실 원작이 나온 지 좀 시간이 흐른 작품이고 그만큼 요즘작품들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원작을 이해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점이 여기저기 보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는데 리츠 편과 쿄우 편을 보면서 얘네들 옛날 그 오바를 제대로 이해 못 한다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언제, 그리고 왜 오바를 해야 하는지 모르고 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 애니메이션도 원작에서 어레인지 한 부분이 적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오바'를 추가한 부분이 많지만 굉장히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신 애니메이션은 원작에 없는 '오바'를 추가할 때마다 '얘네 왜  이래?' 생각만 들더라고요. 그 부분은 사실 화 나거나 아쉽기보다는 쓸쓸하다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저만 해도 요즘작품이 정서에 맞지 않아서 보지 못하는 사실상 오타쿠로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인데 결국 그 시절 오타쿠의 감성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4. 

 뒷면은 하토리, 이번 표지는 후르츠바스켓 최고의 불행 콤비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