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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프로야구

KBO를 돌아보며(4) - 선수들의 팬서비스 문제

가끔 자신이 응당 받아야할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는 대체가 가능하다던가, 그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

 

'프로스포츠는 팬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매우 그럴 듯하고 기분이 좋은 말입니다.

이 말을 하고 있으면 팬인 스스로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처럼 착각에 빠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간 과정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문장에 들어있는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서 써보면

 

1. 입장료나 중계권료, 관련 상품 등 팬들이 지출한 돈으로 구단을 수익을 낸다.

2. 그 수익을 바탕으로 구단은 선수들에게 연봉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3. 프로스포츠라는 산업이 성립한다.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는 1번부터 맞지 않습니다.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그룹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회장님이 쾌척하시는 거금으로 돌아가는게 펫 스포츠가 우리의 현실입니다.

인터넷에서 '당신들이 받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하라!'고 열변을 토하는 분을 봤는데 최근의 본 글 중 가장 양심이 없는 글이네요.

대한민국의 프로스포츠가 전반적으로 팬 서비스가 부족한 이유는 구조 자체가 팬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화를 낼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면 이런 비틀린 구조 속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건 우리 같은 스포츠 팬입니다.

제가 UCLA에서 가장 싼 자리를 19불 내고 다저스 스타디엄을 간 같은 해에 대전구장을 3,000원 내고 갔을걸요?

LA 사는 다저스 팬은 류현진 경기를 유료 채널에서 보지만 우리는 광고를 몇 초만 본다면 네이버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습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유럽에서 축구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10만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스포츠팬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상품'에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해야할 일이죠.

 

다행인 것은 이 과정이 조금씩 정상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4년 2160억에 지상파 중계권료를 계약한 것처럼 중계권료가 꾸준히 인상되고 있고,

매년 입장료가 올라서 일부 팀은 2만원 근처의 입장료를 받는데도 팬들이 유지가 되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팬 서비스 요구가 이슈가 되는 것도 팬들이 주는 돈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 판이 정말 우리가 내는 돈으로 모두가 돈을 벌면서 돌아갈 때 우리가 팬의 권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팬 서비스를 잘하는 선수 역시 팬들이 지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류현진 선수 팬 서비스 안 좋은건 소문났지만

저게 문제가 될 때는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기간이었고 좋은 투구를 보여줄 때는 아무도 그 문제를 꺼내지 않았죠.

반대로 오재원 선수 팬 서비스 좋은건 유명하지만

이번 FA에 팬 서비스 좋은 오재원 선수 가급적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빈 말로도 꺼내는 사람이 없더군요.

이러한 환경에서 제가 선수라면 성적이 중요하지 팬 서비스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밖에 없거든요.

결국 팬 서비스가 선수들이 어떠한 메리트를 받지 못하면 구단과의 계약상에 있는 최소한만 마지못해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은 나도 잘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팬 서비스 좋은 선수들은 기억해두었다가 더 응원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