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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

LCK 스프링 종료

1.

원래 지난 주말 결승전이 끝난 후에 올리려고 했는데 올릴 타이밍을 놓혀서 승강전 결과까지 보고 글을 쓰게 되었네요.

이번 시즌은 T1 우승과 Gen.G의 준우승, 그리고 그리핀이 챌린저스로 강등되고 대신 다이나믹스가 올라오는 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정규리그가 중단되고 재개된 대회도 선수단 숙소에서 진행되는 등 다사다난한 시즌이었지만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었네요.

 

2.

응원하는 T1이 우승한 것도 좋았지만 사실 젠지가 우승 못한게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작년에는 성적과 관계없이 젠지의 플레이를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플레이의 방향성과 맥락이 뚜렷했거든요.

팀의 에이스인 원딜을 중심으로 원딜이 충분히 성장한 중후반에 5:5 교전에서 이겨서 게임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위해 불리해도 버틸 수 있는 탑이나 베이가 같이 후반 교전에 장점이 있는 미드를 사용하는 등 플레이의 짜임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냥 힘만 센 바보라는 인상입니다. 잘하는 선수 다섯 모아놓아서 팀의 힘은 강한데 모래알 같아요.

미드-정글의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팀인데 확실히 이를 지향하는 밴픽이나 리소스 분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작년 T1만 해도 탑이 탱커 플레이가 자신없으니 페이커가 계속 탱커하던 시기가 있었고, 서머에는 바텀이 상체를 위해 희생했죠.

스프링 시즌의 젠지는 고난이도에서 데미지 배율만 올려놓은 CPU가 연상됩니다.

 

반대로 APK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팀이었습니다.

왠지 생각없이 들이박는 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생각에 이 팀은 T1 다음으로, 혹은 비슷하게 똑똑한 팀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망설임없이 수행한다. 지금 LCK에 이게 안되는 팀이 태반이에요.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서 객관화가 안되는 팀, 팀원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거부하는 팀,

그리고 무엇보다 결단력이 부족해서 준비한 전략을 게임 안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팀을 스프링에 너무 많이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이 팀은 자기 자신은 손해를 보지만 팀적으로 이득을 가져오는 플레이를 할 대 망설임이 없습니다. 진짜 원 팀이에요.

 

T1 이야기는 사실 오히려 별로 할게 없는게 그냥 정석의 극치를 보여주었거든요.

작년 잔류 멤버들인 페이커와 테디가 중심이 되어서 후반을 보면서 팀의 역량을 끌어올린 후에

메타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플레이를 수행할 수 있는 팀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팀적으로 조이와 세나를 쓰기 버거워하는 등 눈에 밟히는 모습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응원하는 팬으로서 만족스러운 시즌이었습니다.

 

3.

스포츠 팬으로서 선수가 언 해피가 떠서 감독과 대립하는게 희안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그리핀에 별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승강전에서도 질 정도면 그리핀에 S급 선수는 없다고 봐야죠.

적어도 그리핀이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10명 중에 왜 여기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예전 아시안게임의 추신수 선수도 그렇고, 작년 승강전에서 비디디 선수도 그렇고 급이 다른 선수는 오라가 다릅니다.

아, 반대는 있네요. 타잔 선수는 승강전 내내 어쩌면 저렇게 못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퍼 선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게 미드나 원딜은 정말 잘하면 스스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포지션이에요.

진에어 시설 테디를 응원한 입장에서 올시즌 바이퍼에게서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리핀에서 나머지 세 명은 쵸비 선수나 리헨즈 선수의 우산 아래서 잘하는 것처럼 보였던 선수로 결론이 날 것 같습니다.

 

4.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던 MSI도 없어지고 긴 휴식기가 생겼는데 선수들 모두 재충전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게이머가 수명이 짧은 이후는 인간이 버틸 수 없는 생활을 몇 년간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롤드컵도 무리라고 생각하는지라 스프링, 서머 다 차지하고 깔끔하게 시즌 종료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리그가 메인이고 국제전은 이벤트 전이라고 생각하는지라 LoL 팬들의 롤드컵에 대한 집착은 아직도 이해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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