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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

T1 이야기

사실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한 것은 서머 시즌 시작부터였지만 그래도 결과가 나와야 비판하든지 말든지 한다는 생각에 꾹 참고 있었습니다.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스프링 우승 팀이 서머 5위에 월즈 챔피언십을 나가니 마느니 하는 상황이 이미 실패이죠.

저는 서머 시작 때부터 감독이 지속적으로 팀에게 초반부터 공격적인 운영을 주문하는 것이 참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T1의 멤버를 한 번 살펴보죠.

원딜인 테디 선수는 라인전에서 견고하게 버티다가 중후반 팀 파이트에서 공격적으로 딜을 넣는 것이 장점인 선수입니다.

정글인 커즈 선수도 초반에 라인에 개입하는 챔프는 잘못 다루지만 성장해서 후반에 활약하는 것이 장점이 있습니다.

페이커 선수도 과거는 제가 듣기만 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중후반 전투와 운영이 빛나는 선수이고,

에포트 선수도 실력이 있는 선수이지만 소규모 교전보다는 후반 전투에서 빛나는 장면이 많이 보입니다.

결국 이 팀은 선수 구성상 중후반을 바라보고 하는 안정적인 운영이 어울립니다.

아니, 애시당초 정글러가 라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데 어떻게 초반부터 이득을 봅니까.

그리고 무게 중심을 뒤로 놓으면서 약간의 변주를 섞는 방식으로 스프링 최강 팀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 팀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적인 초반 운영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감독의 이상이나 에고를 팀 사정이나 선수들의 장점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마음에 안 듭니다.

더구나 이 팀은 탑인 칸나 선수를 제외하면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고

LCK 팬 경력은 짧지만 스포츠 팬 경력은 긴 입장에서 베테랑 선수에게 스타일 변화를 요구해서 성공한 사례를 본 기억이 거의 없네요.

정말로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팀을 만들고 싶었으면 정글러를 포함해서 네 명 중에 최소 두 명, 가능하면 세 명을 바꿨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면 선수들에게 맞춰줘야죠. 바로 전 시즌까지 성공한 자신들의 방식을 계속 틀렸다고 강조하니 선수들 폼도 망가지잖아요.

와일드카드에서 1세트 졌다고 클로저에서 페이커로 바꾸는 순간 뭐라 말하기 힘든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기든 지든 그냥 팀 전체가 서머 시즌을 완전히 날려버렸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응원하는 다른 팀인 두산 베어즈는 참 안타까운 마음만 들고 있고 있는데 여기는 좀 많이 화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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