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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NG기사 라무네&40(1990)

 애니메이션 글을 올리지 않은 지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에 글을 쓰기 전에 확인해보니 반년도 넘었더군요. 시간 흐르는 것이 참으로 빠르다는 느낌입니다. LCK를 틀어놓고 운동하는 일이 늘어서 전보다 애니메이션을 덜 보기도 했고, 다 보고도 글을 올리지 않은 일도 좀 있고요. 이번 주말에는 소개팅도 없고(위드 코로나를 맞아서 저도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서 열심히 미팅 중입니다.) 월요일에는 부스터샷이 예약되어 있어 오랜만에 나흘 연속으로 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밀린 글이라도 올려볼까 생각이 좀 드네요.

 

 NG기사 라무네&40, 이 길고도 해괴한 이름으로 이 작품을 부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보통 소년기사 라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맞지요. 그런데 저는 그 이름도 별로 익숙하지 않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이 작품은 라무네 기사입니다. 어린 시절에 비디오로 빌려봤을 때 이름이었죠. 비디오로 3, 6화까지 보았는데 동네 비디오 가게에 그 이후로는 들어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어요. 이 작품에 대해서는 좀 억울한 기억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이 작품을 기억하는 주변에 없었어요. 어렸을 때 본 작품들을 황당할 정도로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동생은 그렇다고 해도 동네 친구들이나 반 친구들에게 이 작품을 이야기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소년기사 라무가 나올 때까지 혹시 꿈꾼 거 아니냐고 저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했습니다. 저게 나오고 나서야 기억난다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정작 저는 학원시간과 겹쳐서 TV에서 방영할 때는 못 보았습니다.

 

 이야기는 천방지축 초등학생인 바바 라무네가 하교 길에 만난 미소녀에게 구입한 게임을 마지막까지 클리어한 순간 게임 화면에서 그 미소녀가 튀어나와 게임 속 세상으로 데려가면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처음에는 8기의 수호기사를, 나중에는 8개의 무지개 석판을 모아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마신 고브리키를 막는 모험을 떠나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줄거리지요. 생각해보니 요즘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는 '게임 판타지' 계열 작품 중에서 제가 가장 처음으로 접한 게 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사실은 꿈이었다로 가는 듯 하다가 마지막에 킹 스카샤를 소환하는 동전이 주머니에서 나오는 엔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최종화까지 보면서 느꼈는데 생각보다 잘 만든 아동 로봇물입니다. 추억의 애니메이션이라고 건드렸는데 재미없어서 끝까지 못 본 작품이 태반인데 지금 봐도 볼만하다는 느낌이 들면 꽤나 잘 만든 거죠.  뭔가 확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었는데 그래도 보는 동안은 시간이 잘 간다고 느꼈습니다. 살짝 뻔하게 간다 싶으면 작가의 정신 구조가 많이 엇나가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툭툭 튀어나와서 지루할 틈은 없더군요. 다만 작가가 개그와 에로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의 비중이 낮으면 낮을수록 재미있다는 건 살짝 안타깝네요. ...이 사실을 깨닫은 누군가가 FRESH를 만드는 것을 막았으면 많은 사람이 조금은 더 행복해졌을 것 같네요.

 

 그리고 찾아보니 완구 판매 부진으로 조기에 종영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막판에 전개 속도가 좀 빠르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그래도 조기종영한 티가 그다지 나지 않을 정도로 잘 매조지했네요. 생각해 보니 이건 '슈퍼 그랑죠'와 비슷하네요. 덤으로 스폰서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은 게 어렸을 때 이 작품에 나오는 수호기사들을 완구로 한 번 본 적이 있거든요. 로봇들이 하나 같이 짤뚱해서 장난감으로 보니 하나도 멋이 없습니다. 로봇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던 시절에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친구들 사이에서는 '퀸 사이다론'이 조금이나마 인기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