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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Persona 4 Golden(8) - 마리, 그리고 마무리

1.

아다치를 체포하고부터 2월 달까지는 전부 이번 골든에서 새로 추가된 내용입니다.

원래는 바로 주인공이 도시로 돌아가는 3월 달까지 직행하고, 진 보스 던전 돌입 여부만 선택하게 되죠.

 

새로 추가된 3학기에는 신규 퀘스트를 깨거나 동료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온천을 가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에 거리에 나가면 학교 친구들이 나와있을 때도 있던데 새로운 대사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더군요.

나름 쏠쏠하게 즐기고 있던 텃밭이 겨울이 되면서 더 이상 작물을 재배할 수 없게 된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고대하던 3학기의 메인 이벤트인 스키 여행, 그리고 마리 던전이 시작하였습니다.

 

2.

마리 던전은 전투가 종료될 때마다 SP가 반으로 줄어드는 대신에 장비로 매턴마다 회복하는 새로운 SP 관리 방식과,

필드 몬스터가 떨어뜨리는 내성 해제 아이템 없이는 공략이 불가능한 보스라는 전과 다른 독특한 요소를 도입하였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독특하다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담보하지는 않죠.

반복 전투가 많은 페르소나 4에서 전투가 늘어지니 신선하기 이전에 전투가 지루하고 지겹더군요,

아이템으로 내성을 해제하고 단시간에 고데미지를 몰아치는 구조도 결과적으로 쿠보 던전과 큰 차이가 없었고,

그렇지 않아도 강한 유키코를 공략의 핵심으로 만들어 버려서 밸런스 적으로도 좋은 이야기는 못하겠습니다.

 

밸런스 이야기를 하자면 3학기가 오면서 모든 캐릭터가 페르소나 최종 각성과 함께 고유 스킬을 받게 되었는데

여성 캐릭터들이 받은 스킬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좋은지, 그리고 남성 캐릭터들이 받은 스킬들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 놀랐습니다. 

유키코에게 화염 극대 전체 공격을 준 것은 그렇다고 해도, 물리 어태커인 치에에게 최강의 전체 버프기를 주다니요.

반대로 가장 버프가 시급한 곰의 최종 각성 기술은 사실상 확률적으로 아군 전멸인데 누가 이걸 쓰나요.

이 시점에서 그냥 여성 캐릭터 셋만 챙겨가면 됩니다. 최종 각성 기술을 이길 수가 없어요.

 

3.

마리 던전까지 다 클리어하고 난 감상은 '제작진이 감이 떨어졌나?' 였습니다.

아다치 루트에 이어서 캐릭터를 다루는데 있어서 연달아 거하게 헛스윙을 했다는 인상이거든요.

제작진은 마리를 또 하나의 진 히로인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3의 엘리자베스와 같은 위치로요.

 

하지만 결국 저에게 마리는 비중이 조금 더 있는 조연이라는 인상 밖에 받지 못 했습니다.

주인공이 계약하는 자리부터 입회하여, 싸움을 서포트하고, 결국 마지막에 영원토록 함께하게 된 엘리자베스와 달리

마리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너무 겉돕니다. 진범을 체포하기까지 마리가 이야기에 기여한 것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인상이 옅은데(게임을 빌려준 후배는 마리를 아예 기억 못하더군요.) 갑자기 안주인 행세를 하려고 당황스럽죠.

게다가 기존 캐릭터의 팬들, 특히 리세의 팬들이라면 기분나쁠만한 요소가 꽤 있어서 얘 인기없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마가렛이 치프 메이드고, 마리가 막 들어온 버릇없는 신입이라는 인상이었는데

캐릭터 디자인은 예쁘니, 차라리 좀더 앙큼맞은 조연을 목표로 하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본부인이 아니라 애첩으로 말이죠.

 

4.

진 엔딩 보스는 예전에 클리어해서 놀라움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안개가 갠 TV 속 세상은 다시 보는 것일텐데도 뭔가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ATLUS는 대부분의 인간은 추하지만 주인공과 같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가 있기에 인류는 희망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데

페르소나 3에서나 여기에서나 클리어한 게이머로서 뭔가 벅차오르는게 있습니다. 수십 시간을 쓰는 게임은 이런 맛이 있어야죠.

 

마지막의 후일담은 게임을 기분좋게 마무리하게 해주었네요.

전체적으로 헤어스타일이 다들 바뀌었는데 칸지의 헤어스타일은 순간 할 말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5.

이로서 페르소나 4도 다시 한 번 엔딩까지 도달하였습니다.

꽤나 즐거운 70시간이었습니다. 이고르 아저씨의 당신은 최고의 손님이었습니다라는 대사가 기분좋네요.

후배가 빌려준 게임이 워낙 많아서 아직도 해야할 게임이 상당히 쌓여있습니다.

다음으로 잡은 것은 '소피의 아틀리에'인데 이건 마지막까지 클리어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