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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영국의 동화작가 다이애나 윈 존슨이 쓴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기계와 마법이 모두 발달한 세상에서 황야의 마녀가 건 저주로 노인이 되어버린 소녀 소피를 주인공으로 하여 신비로운 마법사 하울과 그의 제자 마르클, 불의 악마 캘시퍼 등 여러 캐릭터가 자아내는 이야기를 선보였습니다. 저는 KAIST 기숙사에 살고 있을 때, 당시 룸메이트와 함께 이 작품을 감상하였습니다. 룸메이트는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지 원작 소설도 구매하였고 다 읽고 난 다음에 저에게도 빌려주어서 원작과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었죠.

 

 저는 어지간해서 한 번 본 작품의 내용을 잘 잊어버리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은 세부적인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더군요. 중간에 머리카락 색이 바뀐 하울이 난리를 친다는 것과 후반에 마녀가 심장에 욕심을 내서 사단이 난다는 것 정도만 기억납니다. 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는 이 작품이 그다지 잘 만든 작품이 아니라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어도 악평을 한 작품이 이것이 유일했었거든요. 특히 나중에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 평가는 그야말로 급전직하였습니다. 원작보다 훨씬 못하다고 느꼈거든요. 미야자키 하야오 정도 되는 감독에게 원작대로 안 만들었다고 지적하는 것도 안 어울리고 그보다는 소화가 덜 되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작품을 먹고 완전히 흡수하여 만들지 못하다 보니 원작의 느낌과 미야자키 감독다운게 충돌하는 느낌?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따로 놀았던 작품이라는게 아마 그 당시 저의 평가였을겁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처음에는 내가 도대체 이걸 왜 악평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이전에 작품의 비주얼이 그냥 압도적이더군요. 장면 하나 하나를 떼어다가 벽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확실히 저는 자연보다 아름다운 마을이나 도시를 그린 그림이 훨씬 마음에 듭니다. 이야기의 분위기와 캐릭터도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흠 잡을데가 없더군요. 소피가 왕궁에 가기 전까지는요. 그 다음부터는 어...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이질적으로 변하더군요. 앞부분을 좋아했던만큼 뒷부분이 마음에 안들어서 다 보고 난 다음에 악평을 했구나라는 마음으로 후반부를 보았습니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하던 중에 마지막 10분에 갑자기 이야기가 정리되는걸 뭐고 말문이 막히더군요.그리고 기억이 났습니다. 제가 이래서 이 작품을 망작이라고 불렀죠. 다시 본 감상은 그림은 너무 예쁘나 이야기는 평작 이하로 요약되네요. 미야자키 감독과 지브리의 이름을 달고 나온 작품이라면 확실히 기대 이하이긴 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악인 '인생의 회전목마' 입니다. 작품 내내 여러 가지 변주로 계속 나오지요.

작품을 대표하는 OST 수준을 넘어서 작품 그 자체라는 느낌입니다. ♬ 단따다단~따다다다다

 

 다 보고 나니 소설도 사서 읽고 싶어지더군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독파하면 한 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이번에는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자막 수준이 지독하네요. 의역이 아니라 오역이 곳곳에서 눈에 띌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