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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이야기

나의 게임론

 이 블로그에 게임 관련 글도 많이 올린 것 같아서 저의 게임론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이 저는 게임, 더 나아가 모든 예술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저마다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은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고상한 어휘로 장문을 쓰는 평론가의 의견도, 해맑은 얼굴로 재밌다고 말하는 어린아이의 의견도 모두 무시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이지요. 여기에 적는 것 역시 제 개인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1. 게임과 스토리

 

 저는 게임에서의 스토리의 역할은 야구 선수의 주루 센스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주루 센스가 좋아서 나쁜 것은 없고, 장타를 뻥뻥 치는 선수가 아니라 이렇게 세밀하고 오밀조밀한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도 항상 존재합니다. 하지만 베이브 루스 선수나, 이승엽 선수가 주루 센스가 좋은 선수인지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주루 센스 없이도 그들은 위대하기 때문입니다. , 위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몇몇 게임은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으로 팬을 만들지만, 정말로 위대한 게임에게 스토리는 부차적인 것에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테트리스가 스토리 때문에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이 아니고, 피치 공주를 쿠파에게서 구해내는 땀을 쥐는 모험극 때문에 마리오를 플레이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게임에게 스토리는 진행을 위한 힌트나 약간의 양념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게임이 지나치게 스토리에 기울어진다면 결국 소설을 읽는 것보다 나은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입니다.

 

2. 게임과 그래픽

 

 게임에서의 그래픽은 한편으로는 매우 중요하고, 한편으로는 별로 쓸모없습니다. 게임에서 정보 대부분은 시각적으로 들어오기에 이렇나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카메라 앵글이 잘못되어 주요 오브젝트가 보이지 않거나, 색상 배치가 잘못되어 필요한 정보를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의도치 않게 발생한다면 언어도단이지요. 그뿐 아니라 그래픽은 게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시간을 들여서 긴 텍스트를 읽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플레이어도 플레이어에도 제작자의 의도를 바로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언어의 장벽까지 넘는 것이 대단하지요.

 

 반대로 요즘 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상도를 올려서 영화 같은, 그리고 현실 같은 그래픽을 만들려는 기류는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현실에서 군비 경쟁을 보는 것 같아요. 그 경쟁에서 승자는 패자를 공격할 강력한 무기를 가지게 됩니다. 양쪽 모두에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래픽은 가장 직접적으로 사용자에게 어필하니까요.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비용과 비교해 너무 보잘것없습니다. 게임에서 오브젝트를 확대해가며 감상할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껏해야 처음 한두 번뿐이지요. 그걸 얻기 위해서 더 긴 발매 간격과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하고, 하나의 게임만 실패해도 게임사가 휘청할 만한 개발비용 때문에 개발자들을 더 보수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손해를 보는 장사입니다. AAA 게임 논란을 볼 때마다 누구를 위한 그래픽 경쟁인가 생각이 많이 듭니다.

 

3. 매력적인 게임이란?

 

 스토리도 그래픽도 중요하지 않다면 그러면 무엇이 중요하냐는 질문이 나올 것입니다. 저는 매력적인 게임이란 플레이어에게 쉬지 않고 정보를 처리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과 청각, 때로는 진동을 통해서 촉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을 요구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지요. 굳이 템포가 빠를 필요는 없습니다. 바둑에서 장고에 들어가면 템포가 느려지지만, 바둑을 두는 두 사람 두뇌에서는 그야말로 불꽃이 튀는 속도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머리 비우고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말은 저는 굉장히 악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그 선택을 하기 위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에 항상 충실하기에 젤다의 전설시리즈가 명작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육성해야 하는 유닛을 방치하면 클리어할 수 없는데 어떤 유닛을 육성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윙키 슈퍼로봇대전은 좋은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덤으로 대전 게임은 져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동생하고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딱밤을 때리는 놀이를 했는데 그것도 계속 이기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어요. 적어도 그보다는 나아야 좋은 게임이지요.

 

4. 위키와 인터넷 방송

 

 요즘 게이머 중 대부분은 위키의 정보를 이용합니다. 일부는 게임 제작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몇몇 게임은 게임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인색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게임을 효율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생략하여서 게임을 빠르게 클리어하기 위한 것이지요. 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에요. 바빠서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거나, 패스트푸드의 맛을 즐기거나 사람마다 이유는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느긋하게 식사할 것을 권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으로 게임을 보기만 직접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던데 스스로 게이머라고 생각하거나, 게임을 플레이하였다고 착각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게임을 평가하려고 하면 그건 좀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까요? 이런 사람들의 평가가 게임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방송한 사람의 주장을 반복해서 읊어대는 것을 벗어나기 힘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