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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이야기

멋대로 적어보는 삼국지 이야기(1) - 프롤로그: 당고의 금

 요즘 게임도 시들해진 김에 평소에 적어보려고 하던 주제 하나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제가 이해한 대로의 삼국지입니다. 삼국지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주제이고, 여러 가지 주장과 학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받아들이고 이해한 흐름을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비록 틀렸을지라도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활동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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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삼국지를 이해하라면 그 배경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고의 금은 삼국지가 시작되기 전 가장 중요한 사건 중에 하나로 환관 세력이 사대부 세력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서 정치적 탄압을 가한 사건입니다. 많은 삼국지 서적에서는 단순히 부패한 환관 세력이 의로운 자들을 탄압한 사건으로 묘사하고, 흔히 사대부와 환관에서 떠오르는 이미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단순한 사건이 아니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당시, 즉, 1,2세기 경 중앙집권의 한계에서  시작합니다. 교과서와 기본 교양서적에서 한나라는 군현제를 도입하여 중앙집권을 달성하였다고 하였고, 실제로 군사력의 독점을 통해서 지방 세력이 중앙권력에 도전하는 일을 막는 데까지는 성공하였지만, 당시 사회적, 기술적인 한계로 하부 행정 조직까지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습니다. 결국 한나라는 넓은 영토를 통치하기 위해서 각 지방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호족 세력과 손을 잡게 됩니다. 이들은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대지주이며, 또한 유학을 공부하여 사대부 계층이 됩니다. 즉, 호족=대지주=유학자=사대부입니다. 사실상 같은 계층을 일컫는 말인데 단어에 따라서 이미지가 크게 바뀌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거기에 문화도 기후도 다른 넓은 땅을 돌면서 인재를 찾는 것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니, 한 토지에 오래 뿌리내린 그들에게 관료를 천거하도록 하는데,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 정계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이렇게 중앙 정계에 진출한 자들은 호족 또는 그 호족을 따르는 자들로, 이들은 황제보다는 자신을 추천해 준 세력에 더 충성하면서 점점 황권보다는 신권이 강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황제는 자신의 친위세력이 필요해집니다.

 

 동양에서는 보통 군주가 자신의 친위세력을 키울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친족과 외척, 그리고 환관입니다. 한나라는 오초7국의 난을 제압하면서 황제권을 강화한 나라로 친족을 지나치게 등용하는 것에 부담이 있으니 외척과 환관인데, 충제와 질제 때, 외척인 양기가 권력을 독점하여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다가 환제가 환관 세력을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숙청하면서 외척 세력은 몰락하고 환관이 사실상 유일한 황제의 친위세력이 됩니다. 그 결과 황제는 환관 세력에 역으로 끌려다니게 되고 사대부 계층과 환관 세력의 충돌인 1차 당고의 금에서도 환관 세력의 손을 들어주게 됩니다. 사대부 세력은 이에 불만을 품고 영제 때 외척 세력과 손을 잡고 환관 세력을 무너뜨리려고 하였지만 역으로 패배하게 되면서 2차 당고의 금이 일어나게 됩니다. 2차 때 훨씬 혹독한 숙청이 일어난 것은 사대부 세력의 움직임은 미사여구를 제외하면 그냥 역모였기 때문입니다. 군주의 눈을 가리는 간신을 쫓아낸다는 것은 고대부터 유구한 반란 명분이었죠.

 

 이렇게 싸움은 환관 세력의 승리로 끝났지만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누구나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현대와 달리 고대에 사대부 세력은 통치에 필요한 지식을 독점하는 관료 집단이기도 하기에, 그들 없이는 통치 행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사대부 세력 중 일부(탁류파)를 회유하여 최소한의 관료제를 유지하지만 결국 통치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 문제는 결국 사단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