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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이야기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 대해서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하고,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의 분위기가 좋아서 자주 찾아가는 편입니다.

저에게 우리나라 도서 시장의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딱 잘라말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이 문학을 안 읽습니다."

 

판타지 소설이 붕괴하고 라이트 노벨을 만화전문점에서 취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학 코너에서 남자를 찾아보기 정말 힘들어졌습니다.

여기서 문학이라는 것은 서점에서 전공서적과 수험서 같은 실용서적을 제외한 서적류를 제외합니다.

딱히 통계를 찾지 않아도 체감이 되는게 건물 인테리어, 표지 디자인, 띠지와 추천사, 서점의 부대시설 등 모든 것이

서점의 주 고객이 20대에서 30대 여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원래 추리 소설은 남성 독자가 많은게 보통인데 우리나라는 그 장르조차 여성이 더 많이 살걸요?

고유한 언어를 쓰기 때문에 출판에 품이 드는데 인구의 절반이 독서를 즐기지 않는건 시장의 큰 문제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사는 사람이 없는데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는 활자 출판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확장 가능성이 없고 출판사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어서 종이 책 시장은 매니아를 위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살 사람은 좀 비싸도 사고 그런 사람은 소장이 목적이니 종이질을 올리고 책을 고급스럽게 뽑아주는 대신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지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납득은 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게 서점이나 출판사의 탐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행동이라는걸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아는 후배가 마이너한 장르의 팬이라 내가 안 사면 회사가 망해서 다음 작은 없다란 마인드로 팬질한다고 하던데 비슷한 느낌입니다.

정말로 출판사가 망해서 종이 책이 안 나오면 저로서도 곤란하니까요.

그리고 두번째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책이 질 좋은 번역으로 나와주니까요.

책 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감내할 수 있다면 어느 때보다 독서를 즐기기 좋은 시대입니다.

저 같은 경우 과거에 요약본이나 일부만 나온 고전 명작들이 완전판으로 다시 출판되는걸 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책 자체를 많이 찍지 않은지 나온지 얼마 안 나온 책이 절판되는 경우가 많아진건 좀 아쉽기하지만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환경입니다.

다독하는 사람은 좀 손해보는 기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중고서적 시장도 괜찮아요.

저만해도 알라딘을 이용해서 더 이상 읽지 않는 책을 처분해서 공간을 확보하고 사기는 좀 아까운 책은 구입하기도 하고요.

책을 읽어야 교양인이고 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냥 미디어에 발달에 따른 변화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냥저냥 살만하니 이쪽에 별 관심없으신 분들은 제발 좀 닥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최근 몇 년 간 서점에 간 적도 없는 티가 팍팍 나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걸 들으니 좀 짜증이 납니다.

도서정가제로 시장이 망했다? 다양한 책을 비싸게 소량 찍어내는 판에 그거 없다고 책값이 별로 내려갈 일도 없습니다.

그냥 LP판으로 음악 듣는 것처럼 좀 낡은 취미를 즐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쓸데없이 정치 논리에 동원하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