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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늑대와 향신료 14,17권

1.

1월 달부터는 연구 마무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두고 싶은데 하나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네요.

선형대수학 책도 아직 끝까지 못 읽었고, 로로나의 아틀리에도 아스트리드 엔딩 보는게 만만치 않아서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일하고 모레에 한 권씩 읽으면 계획한 부분까지 늑대와 향신료는 다 읽겠네요.

 

2.

14권에서는 지금과 달리 이렇다할 모험은 없었습니다.

현금의 가치가 차이나는 것을 이용해서 멋진 작전이 나오긴 하였지만 이제까지와 달리 사선을 넘나드는 모험은 없었죠.

이러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여행의 종착점을 앞둔 셋의 결의가 돋보이는 14권었습니다.

 

전권에서 등장한 프란은 콜에게 다시 한 번 불을 붙힌 것 같습니다.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은 콜에게 자기가 마을을 떠난 이유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였죠.

솔직히 저는 살짝 떨떠름하였던 것이 프란의 삶은 산전수전 겪어서 도달한 정답일 수는 있지만 본받을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린 소년에게 과분한 짐을 짊어지는 것보다는 로렌스, 호로와 같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강했고요.

물론 마을을 잊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성격도 아닐테니 무리한 요구겠죠. 이렇게 상처받았던 작은 새는 다시 날개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렌스와 호로 모두 이 여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로렌스는 등을 밀어주는 엘사 덕분에 호로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결심하였고

호로도 하스킨즈나 유그처럼 인간들 사이에서 정령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가 이 인간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마음으로 심술을 부리는걸 이해 못하고서 마음 고생한 로렌스는 또다시 얼굴을 붉혔지요.

조언을 한 것이 연애에 있어서는 막상막하로 쑥맥인 엘사인 것이 문제였다면 문제네요.

이 시점에서 '이제까지 늑대와 향신료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도 괜찮을 정도였죠.

그나저나 호로의 반응을 보면 차라리 로렌스가 좀더 무모해서 기정사실로 만들었으면 일이 좀더 술술 풀렸을지도요.

 

3.

14권 다음에는 15권이 아닌 17권을 읽었습니다.

이제까지의 여행을 하면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얻어낸 결론이 17권이고, 이 달달한 사랑 이야기의 결말을 보고 싶기도 해서요.

 

로렌스와 호로는 뇨히라에 정착하여 온천 여관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호로가 정령으로서 가진 힘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좋은 온천을 찾고, 원하는 정보도 속속 들어오니 대적할 길이 없네요.

그 동안 이겨낸 위기의 수만큼이나 로렌스를 인정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름도 쟁쟁하고요.

정말로 성공이 약속된 금빛 길을 걸어가는 대상인 부부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로렌스가 괜히 고집부리다 얼굴 붉힐만한 일을 많이 겪은 것처럼 호로도 고집부리면서 결혼식을 하지 않으려다가 낭패를 당할 뻔 하였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로렌스와 접점을 가진 모든 여성에게 '로렌스는 내 것' 이라는 선언을 성대하게 하죠.

물론 이 뒤처리를 하는 것이 로렌스, 그리고 에이브라는게 호로의 약은 점이지만요. 키스에 대한 소소한 복수인 것 같습니다.

옆에 호로를 두고도 자신에게 마음을 가진 여성을 둘이나 만든 죄가 있으니 로렌스가 그다지 불쌍하지는 않습니다.

 

세 편의 단편은 각각 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행상인과 잿빛 기사'에 나오는 노인장은 어떤 의미로 부러웠습니다.

젊었을 때는 모험을 하여 공을 세우고, 나이들은 후에는 신념을 지키고, 늙어서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하는건 어찌보면 최고의 인생이지요.

'늑대와 회색 웃음'은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이죠.

풀어졌다가 중요할 때 아쉬울 수 있지만, 항상 안달복달하다가 즐기지도 못하는 것도 문제죠.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 균형을 잡는게 중요하니 저 둘은 좋은 부부가 될 것 같습니다.

'늑대와 하얀 길'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곧고 모퉁이가 없는 길이라는 것은 답답할 수도 있지만 미련이 남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때때로 깊은 밤에 그때의 선택,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상념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잠 못 이룰 일도 없을 것 같고요. 

 

4.

이제 두 권 남았으니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