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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혼자하는 게임

동급생(1992)

 부모님 집에서 나와서 혼자 살기 시작하였을 때 속으로 이제 성인물을 볼 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도 좀 했습니다. 특히 성인 게임은 한 번 켜면 오랫동안 플레이를 해야 하니 부모님이 집에 계시면 꿈도 꿀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나와서 살다 보니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이 장르 자체가 애매하더군요. 게임으로서 하자니 훨씬 재미있는 게임이 쌓여있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상황이고, 야한 걸 보려는 목적으로는 좀 비효율적입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동급생이 리메이크되었다는 기사를 보고서 이 장르의 고전인데 한 번은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이 게임을 잡아보았습니다. Window 버전도 아닌 1992년에 나온 Dos 버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화면입니다.

 

 게임의 목적은 고등학생인 타쿠로우가 되어서 여러 여자와 관계를 진전시켜서 연인이 되는 것입니다. 일단은요. 지금 시점에서 보니 이 게임은 굉장히 미묘합니다. 보통 이런 부류의 게임은 여자들의 호감도를 올리면서 여성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핵심인데, 이 게임은 캐릭터 대부분에게 이런 부분이 통째로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여성 캐릭터는 주인공에게 높은 호감도를 가지고 있으며 약간의 계기만 제공하면 주인공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 후에 바로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이 게임의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가 딱 그렇지요. 이 과정이 그나마 묘사된 것이 미사와 아코 정도밖에 없어 보입니다. 아예 그런 건 관심 없고 야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한 게임이 없지는 않지만, 또 그 목적으로 하기에는 번거로운 물건입니다.

 

 요약하면 저는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특히 마코 선생 같은 경우에는 이벤트 진행이 너무 뜬금없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좀 들더군요. 그래도 이런 작품은 한 번 해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동급생 2는 훨씬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이런 경험이 쌓여서 더 좋은 게임을 만든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