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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프로야구

뛰는 야구

올시즌 초에 유난히도 많은 팀이 올해는 뛰는 야구로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사실 뛰는 야구라는게 설명을 들으면 상당히 좋은 야구라고 생각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베이스 씩을 더 노리고

그로 인해 상대의 수비와 투수까지 심리적으로 흔들어보겠다는 플레이니까요.

 

그런데 왜 모든 팀이 이러한 좋은 플레이를 하지 않을까요?

뛰는 야구 역시 단점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1) 성공했을 때 이득에 비해서 실패했을 때 손해가 너무 크다.

 

주자가 추가 진루를 시도하였을 때,

성공하면 한 베이스를 더 얻지만 실패하면 주자가 사라지면서 아웃카운트까지 하나 올라갑니다.

단순한 2루 도루만 해도 성공률이 80% 정도는 되어야 이득이라는 통계적인 결과가 있는데

2루 주자의 3루 진루나 3루 주자의 홈 쇄도는 그 이상의 성공률을 요구합니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스피드도 평균은 되어야 하고,

주루 코치와 선수들의 주루 센스가 두루두루 다 좋지 않으면 상당히 힘든 플레이입니다.

 

2) 타선 구성에 애로 사항

 

타선에 느리고 주루센스 없는 선수 하나가 들어가면 뒤의 선수들에게 교통 체증을 일으킵니다.

생산력이 높은 장타자를 넣기가 껄끄러워지는거죠.

 

3)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부상 위험이 올라간다.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리드 폭을 넓게 가져가면 투수도 스트레스를 받고, 계속 견제구를 던지게 되지면

견제구 하나 하나에 몸을 던져서 돌아가야 하는 타자의 체력 소모는 그 이상입니다.

 

히트 앤드 런 작전이 나올 경우,

파울 타구 하나하나에 2루로 전력질주한 후에 허탈하게 귀환하는 주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 루에서 야수와 충돌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당연히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올라갑니다.

 

 

이 3번 때문에 뛰는 야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의 체력 저하가 심할 때, 그리고 혹시라도 부상이 생길 때,

그 선수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백업, 그것도 주전과 격차가 거의 없는 백업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결국 뛰는 야구라는 것은

선수층의 두께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팀의 전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뛰는 야구로 올시즌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은

우리 팀은 현재 베스트 전력은 좀 떨어지지만 다른 팀에 비해 좋은 야수가 풍부하니

이것을 바탕으로 시즌을 운영하겠다는 선언이고요. 

 

 

 

이제 여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 에어컨 없이 버티던 저희 집도 올해는 에어컨을 놓겠다고 합니다.

 

한국의 여름은 굉장히 가혹합니다.

2002년 월드컵은 6월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 선수들이 기후 적응에 애를 먹었습니다.

끈적끈적하고 그늘에 들어가도 시원하지 않고 흡사 독과 같이 체력을 갉아먹는다는 평이 있습니다.

 

뛰는 야구를 내세웠던 팀들은 이제 그들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시험에 들게 될 것입니다.

그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면 아마 이번 여름에 지옥을 맛볼 것입니다.

 

PS.

사실 뛰는 야구의 숨겨진 장점(?)은 바로 감독이 경기에 계속 개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독은 경기 내내 선수 개개인을 지휘하고

선수단과 경기를 보는 팬들에게 내가 이 팀을 이끌고 있다고 어필을 할 수가 있습니다.

 

신임 감독, 그리고 선수단 장악에 자신이 없는 감독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죠.

 

PS 2.

사실 한국프로야구 팬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본적으로 경기 중에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작년까지 류중일 감독이 뭔 소리를 들었는지를 생각하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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