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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15,17권 / 콘노 오유키 저 / 서울문화사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15권과 17권은 학창 시절의 빅 이벤트인 체육대회와 수학여행을 다룹니다.

또, 15권은 14,15,18권으로 구성된 카나코 3부작의 하나이기도 하죠.

감상을 적으면서 제 학창시절 이야기도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15권은 릴리안 여학원의 체육대회를 다루는 이야기입니다.

몇몇 종목은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한 번 정도 참여해보고 싶네요.

 

내용은 카나코와 심하게 틀어진 유미가 체육대회를 통해서 카나코와 화해하는 이야기입니다.

점점 관록이 붙으면서 언니인 사치코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유미의 모습이 일품입니다.

카나코나 토코를 다루는 것을 보면 초반부의 심약한 유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전체적인 시리즈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유미와 사치코의 만남으로 시작해 선대 장미님의 퇴장으로 마무리되는 8권까지를 1부,

노리코의 등장과 유미의 부통으로의 성장을 보여주는 14권까지를 2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부통의 여동생 찾기라는 화두가 중심이 되는 3부가 이 15권으로 본격적인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로 이전 권과는 달리 선배로서의 유미의 모습이 많이 강조되는 한편

3학년이 된 사치코와 레이는 극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선 조력자가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보면 체육대회는 여러 모로 좋은 추억이 많은, 상성이 좋은 이벤트였습니다.

공부를 잘하면 운동을 못한다는 이미지와 달리 저는 운동도 제법 잘 했습니다.

교내 5km 마라톤에서 3년 연속으로 학년 2등을 하였던 것과 2km 학년 우승은 아직도 제 자랑이죠.

농구나 축구도 반 대표였고,  피구도 마지막 1인의 생존자가 되어서 승리를 따낸 적도 여러 번이고요.

무엇보다 승부욕 하나만은 자신있는 저에게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를 외치는 이벤트는 환영입니다.

 

다만 그 당시 저는 170cm에 50kg이라는 지금은 상상도 못하는 몸매였기에 근력은 정말 끔찍했죠.

오래달리기와 유연성은 탑급이었는데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0개에 윗몸일으키기도 최하위급이였으니.

 

2.

17권은 릴리안 여학원의 수학여행 편입니다. 부자 학교답게 행선지는 이탈리아입니다.

일본과 미국은 여행한 적 있지만 아직 유럽 땅은 밟아보지 못하터라 좀 부럽기는 합니다.

특히 스페인은 다녀온 지인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해서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유미는 아무리 자칭 서민이라고 해도 사장님 댁 아가씨인데 해외여행이 처음이네요.

물론 저 책이 나올 당시는 지금보다는 해외 여행의 문턱이 높은 시기이기는 하지만요.

 

이야기는 유미, 시마코, 요시노의 삼인삼색의 이탈리아 여행기입니다.

여동생으로 잔뜩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작가가 한 템포 쉬고 가자고 감질나게 하는 느낌도 있지만

옆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언니가 없는 기간 동안 

자매 관계란 무엇인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후 전개를 준비하는 중이라는 인상도 있습니다.

또, 2학년이 된 이후로 유미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는 요시노를 보여주는 권이기도 합니다.

 

다시 제 이야기를 하면 수학여행은 학창 시절의 안 좋은 기억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는 반대로 저와 대표적으로 상성이 안 좋은 이벤트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이후로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 반드시 혼자서 하는게 그 영향입니다.

 

두 가지가 치명적인데 하나는 저는 차에, 특히 버스에 굉장히 약합니다.

멀미가 굉장히 심해서 몸도 정신도 너덜너덜한데 버스 안은 공기도 탁하고 시끄럽기까지 합니다.

지금도 여행할 때는 철도와 도보 위주로 계획을 짜며 최대한 버스를 배제할 정도이지요.

또 하나는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좀 힘들 때 한 15분 정도만이라도 아무도 없는 공간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많이 회복됩니다.

회사다닐 때도 클라이언트 때문에 골치가 아프면 어두운 비상 계단에서 잠시 서있곤 하였습니다.

반대로 그런 여건이 안 될 때 정신적으로 좀 많이 피폐해집니다.

계속되는 버스 이동에 지쳐서 파김치가 되었는데, 숙소에서 데면데면한 얘들과 한 방을 써야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꿈나라로 도피하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시끄러운 동급생에게 방해받아 폭발하고 마는게 제 수학여행의 기억입니다.

 

아무튼 여행은 자기 페이스대로 즐기고, 자기 페이스대로 쉴 수 있는 나홀로 여행이 최고입니다.

수학여행은 이렇게 책으로면 즐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