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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마스크(1994)

사람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점점 쇠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아예 새로운 것이면 모르겠는데, 예전에 본 것과 비슷한 것이라면 별로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저에게는 마블 영화 중에서 '데드풀'이 딱 그러한 작품입니다.

'악당보다 더 악당같은 히어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을 박살냈는데 우연히 그놈들이 악당' 같은 묘사를 볼 때마다

제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인물은 데드풀이 아니라, 노란 양복을 입은 녹색 얼굴의 괴인, 마스크입니다.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일요일 아침마다 찾아오는 만화동산에서였습니다.

어떠한 심각한 사태도 개그로 만들어버리는 능력, 누구에게 져도 이상하지 않고, 누구를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고무줄같은 능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에 어리둥절하다가도 결국에는 웃으면서 끝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죠.

 

영화판은 명절 때 해주는 특선영화에서 나중에 보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이게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원작이라 볼 수 있는 작품이더군요. 만화도 있지만 아예 노선이 다른 작품이고요.

영화는 히어로 무비에서 자주 보여주는 스토리라인을 따라갑니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못하는 호인인 입키스가 우연히 얻은 마스크의 힘으로 괴인이 되어 응어리를 해소하고 악당을 무찌르는 내용인데,

해당 장르의 팬으로서 특별히 기억할만한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의 파트너였던 신문 기자가 여기서는 돈에 눈이 멀어 주인공을 갱단에 팔아넘기는게 유일한게 충격적인 부분이었죠.

그럼에도 캐릭터, 연출, 음악이 버무려져서 이 작품만이 색채를 뚜렷이 보여주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가 오히려 정석적이라고 느껴지더군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는데 당시 사춘기인 제가 두근두근할 정도로 여주인공이 섹시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오래만에 다시 보는데도 은행에 들어와서 몸을 굽혀서 신발을 고쳐신는 첫 등장장면은 색기가 넘치더군요.

배우에 관해서는 완전히 문외한이라 이번에 글을 쓰면서 찾아보았는데 캐머런 디아즈라는 유명한 배우였습니다.

(사실 배우는 둘째 치고 전 아직도 서양 사람들 얼굴을 구분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더빙, 나중에 원판을 찾아보았지만 그럼에도 더빙판 마스크 연기가 더 마음에 들 정도로 끝내주었습니다.

"누가 나 좀 말려줘요."하면서 튀어나가는 마스크는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