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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애니메이션-영화

마징가 Z(1972) - 34화까지

1.

기본적으로 마징가 Z는 전투 장면이 굉장히 깁니다. 에피소드마다 15분에 가까운 시간을 전투에 할애합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90년 대 용자물을 보면 전투 장면이 10분은 커녕 5분도 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당시 용자물은 변신-합체-필살기로 매화마다 컷을 재활용하는데 비해 마징가는 컷 재활용도 거의 없는데 말이죠.

 

보통 이렇게 작품을 만들면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중반부터 컷 재활용이 늘거나 적의 움직임부터 둔해지는게 보통인데

이 애니메이션은 20화를 넘어서 30화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은 전보다도 빠르고 위협적으로 덤벼들면서 마징가 Z를 위협하며 작품 내내 정지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제목을 비롯해서 여러 효과가 화려해진 것도 그렇고 제작 과정에서 제작비의 압박이 거의 없다는 뜻인데

거대로봇 애니메이션이 돈 먹는 하마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 마징가 Z의 인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누군가 한국에서는 왜 거대로봇을 다루는 작품이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를 얼치기 팬으로 생각합니다.

왜냐면 거대로봇은 작품의 질이 투자된 자본을 따라가는 대표적인 장르이고 덕분에 스폰서의 입김이 굉장히 강합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에바조차도 겐도우의 입을 가리고 신호등으로 시간을 때우면서까지 에바가 움직이는 동화는 양보 못했죠.

일본조차 요즘 거대로봇이 사양세인데 일단 거대로봇에 투자할 수 있는 완구 메이커 회사가 얼마나 있는지를 생각하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2.

마징가 Z를 상대하기 위해서 닥터 헬이 선택한 방법은 제공권의 장악이었습니다.

수중에서의 약점을 빠르게 극복한데 비해서 날지 못하는 마징가는 공중에서 습격하는 기계수에 매번 고전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때로는 원거리에서 괴롭히고, 때로는 마징가 대신 광자력 연구소를 습격하거나 민간인을 공격해서 마징가 Z를 휘두르는 적에게 

마징가는 코우지의 기지와 용기, 그리고 운으로 버텼지만 매화 버거운 싸움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시청자로서 아수라 남작이 조금만 더 유능했어도 닥터 헬의 계획이 성공했을 것 같다는 장면이 하나 둘이 아니었죠.

그래서 34화에서 마침내 제트 스크랜더가 출격하여 마징가 Z가 하늘을 날 때 꽤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기계수가 나온게 19화였으니 1화 당 1주일이면 코우지는 4달 동안 비행 능력 없는 마징가로 버틴 셈이네요.

사실 이것도 보통 한 에피소드 내에서 바로바로 답을 주는 90년대 용자물과 차이가 나는 장면이네요. 

 

3.

세번째 디스크부터는 거듭된 패배로 더 이상 공포스럽지 않은 아수라 남작 대신에 닥터 헬이 전면에 나서는 에피소드가 늘어났습니다.

지금까지는 새로운 기계수 제작에만 몰두하던 모습과 달리 적극적으로 작전을 입안하고 세부 사항을 지시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공권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징가 Z도 언젠가 하늘을 날게 될 것이라면서 맹공을 지시하는 장면은 적이지만 꽤 멋있더군요.

 

닥터 헬의 캐릭터 소모를 막기 위해서 닥터 헬의 작전을 무섭고 완벽했지만 아수라 남작이 실행이 어설펐다는 구도가 계속 나오다 보니

아수라 남작이 위상은 이제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코우지에 대항하기 위해서 기계수에 아수라 남작을 태워 출격할 때 보여준 추태라든가(눈이 보이지 않는 코우지에게 졌죠.)

아프로다이A의 분석 데이터를 잃어서 본 것이라도 괜찮다고 하니 아무것도 기억 못한다고 말해서 결국 채찍으로 얻어맞었죠.

 

닥터 헬의 대척점으로 아군에서도 유미 박사의 비중이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마징가 Z 없이 광자력 연구소가 습격받는 상황에서는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사령관으로서의 모습이 부각되며

적의 작전으로 후지산이 분화될 위기에 딸인 사야카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징가만이라도 구하려고 하거나

본인이 인질이 되어 마징가가 제대로 싸우기 힘든 상황이 되지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어리고 머리에 열이 오르기 쉬운 코우지에 비해서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아수라 남작보다도 비중이 줄어 이제 코우지와 아웅다웅 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사야카는 좀 불쌍합니다.

차라리 코우지의 동생인 시로의 비중이 사야카보다는 더 높은 것 같습니다.

 

4.

자, 이제 마징가 Z는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고 하늘을 날지 못하는 약점을 닥터 헬이 물고 늘어지는 구도는 더 이상 써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닥터 헬이 어떠한 방식으로 마징가와 광자력 연구소를 노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