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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의 영역/독서

망작 위주로 읽은 푸아르 시리즈

 

 저에게 에르큘 푸아르 시리즈와 셜록 홈즈 시리즈를 비교하라고 하면, 고점이 더 높은 건 푸아르 시리즈, 저점이 더 높은 것은 홈즈 시리즈라고 할 것 같습니다. 푸아르 시리즈는 잘 나온 권은 추리 소설로 뿐만 아니라, 로맨스나 인간 드라마로 봐도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좀 아니다 싶은 권은 일단 재미부터가 없습니다. 나중에 가서 생각하면 별 의미 없는 대사들만 가득 차 있거든요. 이번에 읽은 권들은 아쉽게도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1. 빅토리 무도회 사건

- 푸아르 시리즈 단편집은 항상 그저 그랬지만 이번에 읽은 세 권 중에서는 이게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말벌 둥지' 같이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도 몇 개 있었고요. 전에 읽은 단편집 '헤라클레스의 모험'이나 '푸아르 사건집'과 비교해도 이쪽이 훨씬 낫네요. 다만 그래도 명작으로 꼽을 만한 수준은 아니고 나쁘지 않다 수준이었습니다.

 

2.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

- 다 읽고 난 후에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소설을 이렇게 쓰면 안 되지...'였습니다. 이 책은 분량이 400페이지가 넘어서 이제까지 읽은 푸아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열심히 읽은 보람이 없는 결말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그려낼 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화가 났던 것인데 위의 '빅토리 무도회 사건' 책에서 '플리머스 급행열차'라는 에피소드가 다른 사람이 썼다면 표절이라고 할 정도로 이 책과 똑같은 배경, 똑같은 트릭을 사용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걸 전부 다 묘사하는데 수십 페이지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애거시 크리스티가 이 책을 자기가 쓴 이야기 중에 최악이라고 했다는데 동의합니다. 

 

3. 할로윈 파티

- 이 책을 읽으면서 헤이스팅스가 그리웠습니다. 그 친구라도 있으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재미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푸아르는 올리버 부인이 말한 것처럼 정보를 열심히 입력만 하는 컴퓨터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퉤 하고 정답을 뱉죠. 그러다 보니 소설적인 재미가 참 떨어집니다. 푸아르가 여러 사람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캐릭터도 아니고 정말 기계적이란 느낌 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중간 이후에 범인 중 한 사람은 좀 너무 뻔했고요. 이것도 솔직히 마지막까지 읽는 게 좀 고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