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종이로 된 책은 e-book보다는 좀 더 신경 써서 사게 됩니다. 책이라는 물건이 의외로 무겁고 부피도 많이 차지해서 별생각 없이 샀다가 마음에 안 들면 정말로 처치곤란한 물건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차피 다 읽을 거라는 마음으로 내키는 대로 사던 e-book 때와는 달리 나름 엄선해서 샀고 덕분에 이번에 읽은 세 권은 다 명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1. ABC 살인 사건
- 이건 어렸을 때 한 번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때도 생각했지만 굉장히 '만화'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정통파 추리소설보다는 김전일이나 코난에 나오면 어울릴 것 같은 내용이고(실제 코난 2기 극장판이 여기에서 소재를 얻었죠), 연쇄살인 사건을 잘 쓰지 않는 애거사 크리스티 치고는 드물게 4명이나 희생자가 나왔죠. 그래서인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 다른 푸아르 시리즈와 다르게 굉장히 장면의 전환도 빠르고 스피디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범인의 수법 자체도 너무 만화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없지 않네요.
2. 엔드하우스의 비극
- 제목을 본 순간 든 생각은 '어째서 Peril of End House가 엔드하우스의 '비극'이 된 거지?'였습니다. 솔직히 엔드하우스의 위험이나 엔드하우스의 위협 정도가 적당한 제목이 아니었을까요? 보통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어느 정도 짜임새를 포기할 때가 많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중에서 짜임새로는 가장 우수한 소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만 반대로 이 책은 재미를 조금 희생한 느낌이 듭니다. 지겨울 정도로 위험을 강조하는 것 치고는 실제로 피해자는 한 명뿐이었거든요.
3. 에지웨어 경의 죽음
- 제가 처음으로 범인을 맞춘 작품이고, 와이프가 옆에서 그 책 굉장히 재미있게 읽는다고 말할 정도로 몰입해서 읽은 책이었습니다. 범인의 동기와 수법, 진범이 밝혀진 이유 등이 정교하면서도 굉장히 직관적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이 꼽은 10대 작품처럼 저도 나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아볼까 하는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와 이 책은 꼭 넣을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 세 권에는 전부 헤이스팅스 대위가 나와서 뭔가 헤이스팅스 대위 특집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니, 홈즈에게 왓슨이 필요한 것처럼 헤이스팅스 대위가 나와야 명작이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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